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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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60·사진)은 한화그룹 내부에서 손꼽히는 ‘영업통’ 최고경영자(CEO)다. 한화케미칼의 전신인 한화석유화학에서 주력 제품인 폴리에틸렌(PE) 사업부장(상무), 폴리염화비닐(PVC) 사업부장(상무) 등을 거치며 10여년간 영업업무를 담당했다.

작년 말 한화케미칼 사장이 되고 나서부터는 서울 장교동 사장 집무실에 머무는 법이 거의 없다. 1주일에 3일 이상은 울산, 전남 여수 등 한화케미칼의 생산현장에서 업무를 본다. 한화케미칼 현장 직원들은 사장 얼굴을 보는 게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김 사장의 현장경영은 회사경영이 불투명한 시기에 빛을 발했다. 작년 하반기 국제 원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한화케미칼은 올 들어 3분기까지 영업이익 1333억원을 올리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직원들에게 ‘형님’처럼 먼저 다가서는 친근한 리더십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케미칼 여수공장과 울산공장 노동조합은 지난 7월 있었던 울산공장 폭발사고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올해 임금협상을 사측에 일임했다.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후 시장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올해는 석유화학 경기가 회복기로 접어들어 제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국제 원유 가격이 하향 안정 추세를 보이면서 원료 가격은 많이 내려갔는데, 제품 판매가격은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본업인 기초소재 부문 실적이 개선됐습니다.”

▷자회사들의 성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주요 자회사들의 사업실적도 개선됐습니다. 태양광 분야에서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이 지난 2월 통합해 출범한 한화큐셀이 3분기까지 누적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게 중요한 성과입니다.”

▷유통 자회사들은 부진한 편이었습니다.

“한화갤러리아 등 유통부문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에 따른 내수부진 여파로 연초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부진했습니다. 하지만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에 이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내 앞으로 새로운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석유화학 계열사인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을 ‘새 식구’로 맞았습니다.

“그룹 전반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아주 잘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합류로 한화의 석유화학사업은 종전보다 더욱 다양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두 회사 실적이 개선되면서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갖고 있는 한화케미칼(지분율 27%)은 지분법 이익 증가라는 부수적 효과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의 계열사 편입으로 기대되는 것이 무엇입니까.

“3개사가 앞으로 원료 공동구매, 연구개발(R&D) 분야에서의 협력 등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런 노력이 구체화되면 한화 석유화학 3개 계열사가 한국 화학업계를 주도하는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시행에 들어간 내용은 없습니까.

“한 식구가 된 지 4개월여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서로 달랐던 조직문화를 화학적으로 통합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의 현지 생산법인인 IPC가 상업생산에 들어갔습니다. 해외에 추가로 생산설비를 구축할 계획은 없습니까.

“사우디 생산설비는 에탄가스를 기반으로 화학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원유를 기반으로 한 생산설비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있지요. 그런데 사우디 현지의 에탄가스 매장량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우디 현지에 추가로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우디 현지 파트너인 시프켐이 이런저런 사업을 제안해 사업성 검토를 하고 있기는 합니다.”

▷태양광 부문 실적 전망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높습니다.

“업황 전망이 매우 긍정적입니다. 연말까지 세계 태양광 발전 시장은 약 58기가와트(GW) 규모로, 작년(44GW)보다 31%가량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2010년(20GW)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내년에도 1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그렇게 예상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게 태양광산업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제한 정책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신재생에너지산업이 반사이익을 보는 것이지요.”

▷태양광 사업 확대를 위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지속적인 R&D와 투자로 태양광에너지 생산원가를 절감하는 겁니다. 고효율 셀 양산 등을 통해 제조원가를 낮춰 태양광발전 단가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석유 등 기존 에너지원과 경쟁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정부의 보조금 없이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고요.”

▷일각에선 “한화케미칼이 생산 중인 폴리실리콘을 한화큐셀에 넘겨 한화큐셀 중심의 일관생산체제를 완성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현재로선 그런 방안을 실행하는 걸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화큐셀의 실적이 좋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더 성장해야 합니다. 지금 단계에서 업황이 좋지 않은 폴리실리콘사업까지 맡으면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벌써 11월입니다. 올 한 해를 돌이켜볼 때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올해는 범용 석유화학 사업의 성과가 좋았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범용 석유화학 제품만 갖고는 미래를 대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업황이 악화될 때를 대비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준비해야 합니다. 올해 KAIST와 ‘KAIST-한화케미칼 미래기술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구소는 한화케미칼의 원료 및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할 시기인데, 석유화학 업황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전반적으로는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유가 기조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 나프타를 원료로 범용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동북아시아 석유화학 기업들이 내년에도 전반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겁니다. 다만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등 위협요인이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각에선 ‘석유화학 산업 위기론’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동의합니다. 한국 화학산업은 산업구조 측면에서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화케미칼이 화학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선도해 나가야 할 때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추진할 생각입니까.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이나 정밀화학(스페셜티 케미컬) 제품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R&D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지요. KAIST-한화케미칼 미래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산학협력을 통한 차세대 원천기술을 개발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앞으로 우수 연구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수도권 연구소를 운영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조직구조 등에 변화를 줄 생각은 없습니까.

“모든 임직원이 현장 중심으로 움직일 수 있게 경영인프라를 재구축할 생각입니다. ‘대표이사가 솔선수범해 현장에서 조금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김창범 사장은…

△1955년 부산 출생 △1981년 고려대 통계학과 졸업 △1981년 한국프라스틱 입사 △2004년 한화석유화학 PE사업부장(상무) △2008년 한화석화(닝보)유한공사 법인장 △2010년 한화L&C 전략사업부문 대표 △2013년 한화L&C 사장 △2014년 7~11월 한화첨단소재(한화L&C가 사명변경) 사장 △2014년 12월 한화케미칼 사장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