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수정해 제출한 이른바 ‘무늬만 회사차’ 탈세 방지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재검토 요구를 받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정부 수정안이 복잡한 데다 ‘무늬만 회사차’의 법인세 탈루를 막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돌려보냈다. 하지만 기재부는 재수정안을 제출할 계획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뭐가 달라졌나” 질타

기재부는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회사(법인·개인사업자) 명의로 등록한 차량에 대한 비용처리 한도를 연간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보고했다. 이번 수정안은 정부가 임직원 전용보험과 운행일지 작성 등을 골자로 지난 9월 마련한 기존안보다는 강화한 것이다.
'무늬만 회사차' 탈세 막겠다더니…헛발질만 거듭하는 정부
기재부는 기존안에 대해 ‘고가 차량일수록 더 많이 공제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수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연간 손비 처리 한도를 1000만원으로 정하고, 초과분은 운행일지를 작성해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면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수정안 역시 경비에 포함하지 못한 잔액을 매년 이월해 전액 손비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 기재위는 전액 손비 처리가 가능한 현행법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인 업무용차로 보기 어려운 2억원짜리 승용차의 연도별 경비 처리액을 살펴보면 현행 세법은 매년 4000만원씩 5년째 되는 해에 총 2억원 모두 경비로 처리해 매년 1672만원씩 5년간 8360만원의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정부 수정안은 매년 1000만원씩 경비로 처리해 20년간 모두 경비로 처리할 수 있어 총 8360만원의 세금을 감면받는다. 세금 감면 총액은 결국 같은데 기간만 길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도 조세소위에서 제기됐다.

◆“운행일지는 납세비용 높여”

사적으로 운행하는 차량을 회사 명의로 등록해 세금을 탈루하는 ‘무늬만 회사차’를 방지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최근 발의한 법안은 모두 차량 구입비 또는 구입·유지비의 경비 처리 금액에 상한선을 두고 있다.

국회 기재위 소속 의원들도 이번에 기재부 개정안을 심사하면서 3000만~5000만원의 손비 처리 한도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업무용으로 보기 어려운 수억원짜리 차량에도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연 1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운행일지 작성으로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도록 한 것은 납세 비용을 불필요하게 높인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 계류 중인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안은 업무용 승용차에 대한 손비 인정 규모를 구입비(리스비 포함) 3000만원, 유지·관리비는 연간 6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일본도 손비 처리 상한선

비용한도 설정이 통상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에 대해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 의원은 “국산차와 수입차에 똑같이 한도를 정하는 것은 정당한 조세정책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고가 승용차의 대표 격인 메르세데스벤츠의 디미트리스 실라카스 사장은 지난 9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독일에서도 회사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며 탈세하는 문제가 불거져 회사차에 대한 과세가 강화됐다”며 “사적으로 이용하는 부분에 대한 과세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외국은 대부분 회사 명의 차량의 비용 처리에 상한선을 두고 있다. 미국은 업무용 차량이 손비 처리를 받을 수 있는 운행거리를 정해두고 운행기록부를 작성하도록 하며 상한선은 매년 국세청이 고시한다. 일본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차량 가격을 300만엔(약 2790만원)까지만 인정한다. 싱가포르는 손비 상한선이 3만5000싱가포르달러(약 2934만원)다.

강현우/유승호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