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가 낮은 직원을 회사 내 다른 부서나 자회사에 재배치하는 인사조치는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방문판매부서(ODS)를 통해 영업을 활성화하는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증권회사를 중심으로 ODS 시스템을 도입하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관련 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이승택)는 HMC투자증권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저성과자의 ODS 배치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법원은 회사의 인사발령이 인사재량권에 의해 이뤄진 적법한 조치라고 봤다. 회사의 자산관리사업부문이 2012·2013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보고 회사 전체적으로도 2013년 영업손실을 보게 돼 회사로서는 경영을 효율화할 필요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ODS 영업은 기존의 수동적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고객을 상대로 공격적인 영업을 목표로 하는 것이므로 경영난을 타개할 적절한 방안이었다고 여겨진다”고 판결했다. 이어 “ODS를 통해 영업을 활성화하는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다른 증권사도 ODS 시스템을 구축한 점에 비춰 보면, 회사로서는 ODS를 통해 영업 기반을 확대할 필요성이 충분히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회사는 방문판매부서(ODS) 조직으로 발령받은 직원에 대한 인사고과 평가방식과 상여금 지급 기준을 달리해 업무 형태 변화에 따라 입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상여금 및 성과급 기준상 불이익은 이전에도 이들이 성과급을 받은 적이 없어서 불이익의 실질적 효과가 미미하고 △ODS 조직으로 발령된 후 실적이 개선된 근로자들은 6개월 만에 자신이 희망하는 지점으로 발령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법원의 지적이다.

지난해 7월 임직원 940여명 중 252명을 희망퇴직시킨 HMC투자증권은 같은 해 9월 직원 20명을 ODS로 배치하는 인사발령을 냈다. 이에 노모씨 등 노조(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HMC투자증권 지부) 소속 직원들은 저성과자와 노조 가입자를 퇴출하기 위한 특수 조직이라며 반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HMC투자증권 측은 “금융권의 성과주의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노조 측은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판결”이라며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8일 KT가 직원들을 명예퇴직시킨 뒤 자회사에 보내고 3년 후 해당 업무를 본사로 다시 가져와 벌어진 ‘위장 정리해고’ 논란에 대해서 KT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법적 해고비용 추정 및 국제비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근로자 한 명을 해고할 때 14.8주에 해당하는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등 해고비용이 지나치게 많아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해고비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

김인선/서욱진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