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인 24일까지 조문 방식 등에 대한 뜻을 밝히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껄끄러웠던 남북관계를 반영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등은 이날도 김 전 대통령 서거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고, 유가족에게 조전도 보내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은 2009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다음날 서거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조전을 유가족 앞으로 보냈고, 김기남 노동당 비서를 단장으로 하는 조문단을 서울에 파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도 김 국방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재임 시절 남북관계가 좋았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조의를 나타낸 북한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데는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남북관계가 껄끄러웠던 게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된다.

북한은 1993년 2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제1차 북핵위기’를 촉발했다.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회담에서 박영수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이 “전쟁이 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때는 정치권에서 조문 여부를 놓고 여야 간 격론이 벌어지면서 남북관계가 악화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