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오른쪽)이 독일 ‘아누가 식품박람회’에서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 부회장(오른쪽)이 독일 ‘아누가 식품박람회’에서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신세계는 이번주 초 ‘PL(자체상표)연구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일 잘하는 직원을 모아 ‘회사 자체브랜드 상품 경쟁력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신세계에는 이외에도 많은 TF팀이 돌아가고 있다. 지난 8월 ‘이마트 비밀연구소’도 발족시켰다. 연구소라 이름 붙였지만 특별한 조직이 있는 건 아니다.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의 별칭이다. 직원 모두가 연구원 같은 자세로 새로운 할인점을 창조해보자는 취지다.

이처럼 많은 TF가 가동 중인 것은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정용진 그룹 부회장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그는 수시로 해외 박람회와 유명 매장 등을 둘러보며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PL연구팀’도 정 부회장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자체상표 상품 박람회 ‘스토어 브랜드 앤드 비욘드’를 둘러보고 지난 18일 귀국한 직후 꾸려졌다. 정 부회장은 당시 박람회 현장 소식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하며 ‘눈에 불을 켬’ ‘2만보 걸음’ 등의 글도 올렸다.

정 부회장이 직접 현장을 누빈 박람회는 이외에도 부지기수다. 최근 6개월만 꼽아봐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PLMA 전시회(5월), 미국 뉴욕 팬시푸드쇼(6월), 독일 아누가 식품박람회(10월) 등 다양하다. 박찬영 신세계 부사장은 “혁신하려면 경쟁력 있는 자원이 많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보고 경험해야 한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이라며 “박람회의 주요 부스를 일일이 돌며 시식하거나 사용해 보는 등 직접 체험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 안테나를 세우는 이유는 ‘세상에 없던 유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직접 경험하고 체득해야 새로운 유통을 이끌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신세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가득찬 새로운 유통을 선보이겠다’는 정 부회장의 열정은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가 아이디어를 내고 TF를 꾸려 지난 6월 경기 고양시 일산에 선보인 ‘이마트타운’이 좋은 예다.

이마트타운은 대형마트(이마트)와 창고형 마트(트레이더스)가 함께 자리 잡고, 일렉트로마트(가전) 더라이프(생활용품) 피코크키친(식음료) 등의 전문매장도 들어서 ‘유통매장의 신세계’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개점 이후 5개월여 만에 210만여명(구매자)이 다녀갔고, 누적 매출이 1200억원이다. 기존 이마트 150개 점포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마트 프리미엄 자체상표 브랜드 ‘피코크’의 선전도 같은 맥락이다. 월마트를 비롯한 글로벌 유통매장에 진열된 상품의 50% 이상이 PB라는 점에 착안한 정 부회장이 방향을 제시했다. 이마트 매출에서 자체상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달 초 워커힐면세점을 제치고 신세계가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것도 새로운 유통을 향한 정 부회장의 의지가 낳은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