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가계부채는 속도조절이 관건…기업부실이 경제에 더 큰 위협"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55·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사진)은 급증한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은 빚이 늘어나는 속도를 늦추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가계부채보다 기업 부실, 수출 부진이 한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뇌관이 될 수 있다”며 “현시점에서 가계부채가 위기의 도화선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위원장은 이어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더 이상 매각가를 1주당 1만3500원 이상으로 고집해서는 안 된다”며 “중동 국부펀드가 조만간 예비실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으로 선임된 그는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현재 국내 기업이 처한 상황은 단순한 기상악화라기보다는 기후변화로 봐야 한다”며 “정부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경영여건 악화가 아니라 국내외 산업 전반의 틀이 바뀌면서 생긴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윤 위원장은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해선 “과점주주 매각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10% 정도 지분을 사는 과점주주 투자자에게 사외이사 파견권을 부여해 실질적 경영권을 보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9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 중 30%가량을 여러 투자자에게 4~10%씩 쪼개 파는 과점주주 방식으로 매각한다는 민영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중동 자본과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 협상에 대해선 “(중동 자본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잘 진행되고 있고 실무진 간 관련서류를 교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아부다비투자공사(ADIC)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이 조만간 지분 매입을 위한 예비 실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부는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 원금 회수를 위해 1주당 1만3500원 이하로는 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2년간 우리은행 주가는 줄곧 1만원을 밑돌고 있다.

윤 위원장은 “더 이상 본전(투입된 공적자금)에 매달려선 안 된다”며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손실’이 아닌 더 큰 부실을 막기 위한 ‘비용’으로 본다면 굳이 원금을 회수하는 데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은행 지분을 비싸게 파는 것보다 매각 이후 우리은행 가치를 더 올릴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명/김일규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