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최대 성수기인 연말을 맞아 뮤지컬계가 다채로운 ‘공연 뷔페’를 차려 놓았다. 화려한 쇼뮤지컬부터 정통 드라마, 코미디, 스릴러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양대 산맥인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고전부터 프랑스 특유의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과 일본 특유의 유머가 담긴 신작까지 국적도 가지각색이다.

○유일한 신작 ‘오케피’

‘마타하리’ ‘1789-바스티유의 연인들’ 등 올 하반기 주목받던 신작 공연이 줄줄이 미뤄지면서 ‘연말 뮤지컬 뷔페’의 새로운 요리가 예년보다 줄어들었다. 국내 초연되는 대형 뮤지컬은 다음달 1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오케피’가 유일하다. 일본 스타작가 미타니 코키가 극작한 이 작품은 뮤지컬 무대 아래 연주 공간인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영화 ‘국제시장’과 ‘베테랑’으로 ‘1000만 배우’ 반열에 오른 배우 황정민의 뮤지컬 복귀작이다. 2012년 뮤지컬 ‘어쌔신’ 이후 3년 만에 연출과 주연을 함께 맡았다.

작품을 제작한 김미혜 샘컴퍼니 대표는 “5년이라는 긴 준비기간 끝에 첫 공연을 하게 됐다”며 “그동안 국내 무대에 거의 오르지 않은 일본 뮤지컬의 새로운 매력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
○명작의 귀환…‘시카고’ ‘레 미제라블’

뮤지컬 ‘레 미제라블’
뮤지컬 ‘레 미제라블’
영국 뮤지컬 명작 ‘레 미제라블’ 한국어 공연이 2012년 초연 이후 3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초연 당시 관객 4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을 이끈 ‘원조 장발장’ 정성화와 올해 일본 무대에서 장발장 역을 맡아 호평을 받은 양준모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오는 28일부터 내년 3월26일까지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한다. 지난 13일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막이 오른 ‘시카고’는 미국식 쇼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오랜 기간 함께 호흡을 맞춘 최정원(벨마)과 아이비(록시)의 콤비 연기가 일품이다.

최근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프랑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어느 날 벽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능력을 갖게 된 남자가 영웅으로 변하는 모습을 담았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지는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이다. 프랑스 특유의 감성과 아름다운 선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프랑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마거릿 미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미국 남북전쟁 속에서 대지주의 딸 스칼렛 오하라의 파란만장한 운명과 사랑을 그린다.

○‘프랑켄슈타인’ 등 창작 뮤지컬의 약진

연말 대형 공연장을 좀처럼 잡지 못했던 창작 뮤지컬의 약진도 눈에 띈다.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베르테르’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고선웅 극단 마방진 대표가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이다. 뮤지컬계 흥행 보증수표인 조승우가 13년 만에 베르테르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6일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 지난해 초연에서 89회 공연에 관객 8만여명을 동원한 데 힘입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작품을 제작한 김희철 충무아트홀 본부장은 “초연에서는 인간은 신이 될 수 없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여운을 남기는 것에 그쳤지만 이번 공연에선 좀 더 확실히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엔딩곡도 추가했다”고 귀띔했다.

만화 ‘영심이’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은 ‘젊음의 행진’은 박진영의 ‘날 떠나지마’, 엄정화의 ‘초대’, 지누션의 ‘말해줘’ 등 1980~2000년대 히트한 가요 34곡으로 이뤄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지난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복고풍 공연이다. 내년 1월10일까지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공연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