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군무가 특징인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중 결혼식 장면. 국립발레단 제공
웅장한 군무가 특징인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중 결혼식 장면. 국립발레단 제공
해마다 연말이면 세계 곳곳에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이 많다 보니 미국에선 임시 발레단을 구성해 공연할 정도다. 한국에서도 연말 공연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호두까기 인형’ 연말 공연은 주요 발레단의 연간 관람료 수입 중 25~30%를 차지할 만큼 흥행 보증 수표다. 발레를 잘 몰라도 아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연말 분위기를 느끼며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받은 소녀가 꿈속에서 호두 왕자와 함께 환상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에 차이코프스키의 낭만적인 음악, 화려하고 다채로운 춤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올해도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와이즈발레단 등이 각 발레단의 색깔을 입힌 ‘호두까기 인형’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국립발레단은 다음달 18~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안무해 1966년 초연한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버전 공연을 올린다. 회전과 강한 도약 등 선이 굵고 시원한 동작이 많은 게 특징이다. 호두 왕자와 마리의 결혼식 2인무 장면에서는 ‘꽃의 왈츠’ 때 등장한 무용수 12쌍이 함께 춤을 추며 풍성한 무대를 꾸민다. 목각 인형이 아니라 초등학생 무용수가 직접 연기하는 호두까기 인형도 볼거리다. 올해 말 국내에서 열리는 ‘호두까기 인형’ 공연 중 유일하게 차이코프스키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한다.

서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 인형’
서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 인형’
제임스 터글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상임지휘자가 지휘를 맡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공연 커튼콜 때 크리스마스 캐럴 메들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김현아 국립발레단 홍보팀장은 “마임 대신 춤 동작을 많이 써 가족 관객이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다”며 “중국 인도 러시아 등 각 나라 인형들의 춤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다음달 18~31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1934년 개정 버전을 공연한다. 우아하고 섬세한 동작으로 원작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동화책을 옮겨놓은 듯한 화려한 볼거리도 더했다. 주인공 클라라의 대부 드로셀마이어가 호두까기 인형에 마법을 걸어 사람으로 변하게 하는 장면에서는 무용수가 선물상자를 공중에 띄워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깜짝 마술쇼를 선보인다. 1막 호두까기 병정과 생쥐들의 싸움 장면에서는 불꽃놀이가 무대를 장식한다.

라선아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사업부 차장은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의 실감나는 전투부터 하얀 발레복 차림을 한 눈송이 요정들의 환상적인 군무, 클라라와 호두까기 왕자의 사랑의 2인무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며 “마술쇼를 더해 흥미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현대적인 재해석을 더한 공연도 관객을 찾는다. 다음달 24~26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 무대에 오르는 서울발레시어터 공연은 제임스 전 예술감독이 안무를 짠 작품에 한국 고유의 색을 입혔다. 여러 나라의 민속무용을 소개하는 결혼식 장면에서는 상모돌리기와 장구춤 등 한국 전통춤이 등장한다. 2막 과자 나라에 등장하는 인물 마더진저는 서구식 드레스 대신 조선시대 왕비 옷을 입고 나온다.

다음달 4~5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공연하는 와이즈발레단은 대중적인 춤을 활용해 재미를 더했다. 1막에서는 탭댄스를 추는 호두까기 병정과 비보이 생쥐들이 전투를 벌인다. 탭댄스의 날렵한 발놀림과 비보잉의 강한 움직임이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탭꾼 탭댄스컴퍼니’와 ‘비보이 크루 플라톤’ 등 전문 무용수들이 다채로운 춤을 선보인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