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에 근무하면서 배우자의 직업으로 인해 맞벌이 부부간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를 많이 보고 상담해왔다. 배우자의 직업으로 갈등이 생기면 그 갈등이 일회성으로 끝날 일인지, 아니면 회사 시스템으로 인해 앞으로도 반복될 문제인지 먼저 구분해야 한다.

장난감 제조회사에 다니면서 주말에도 취미로 레고 조립에 몰두하는 남편 때문에 속상해하는 아내가 있었다. 아내 입장에선 평일에도 장난감에 파묻혀 일하면서 휴일까지 레고 조립을 하는 남편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부부간 갈등이 깊어졌다. 아내가 이런 상황에서 남편에게 “휴일에도 장난감이나 가지고 논다”고 비난하는 건 서로 감정만 상할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레고 조립을 남편의 업무 중 하나로 인정하되 “주말에도 가족과 함께하지 않고 일하는 당신 때문에 서운하다”고 차분히 얘기하는 게 문제 해결에 훨씬 도움이 된다.

부부간 갈등이 깊어지고, 아예 해결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게 될 때 흔히 “사랑이 아니라 의리로 산다”며 희화화하는 부부가 있다. 이런 부부 중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는 부부가 많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남편과 아내가 손을 잡고 전문가에게 찾아가 상담받는 것만으로도 이혼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 문제를 당사자끼리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한 남성이 제3자 앞에서 솔직히 갈등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아내는 남편의 관계 회복 의지를 느낀다. 문제를 피하려 하기보다 해결 의지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

말다툼이 심해져 서로 날선 말이 오갈 상황에 처했다면 ‘30분의 법칙’을 꼭 기억해야 한다. 남녀가 심하게 다투면 심장 박동수가 100bpm까지 치솟게 된다. 이럴 때 이성적 판단 기능이 마비돼 “이혼해” “헤어져” 같은 극단적 말을 내뱉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 같은 극도의 흥분 상태는 30분만 지나면 사그라진다. 배우자에게 화가 솟구칠 때는 30분만 차분히 마음을 다스리는 게 큰 도움이 된다.

평소 부부간 대화할 때 사용하는 단어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당신은 항상 그런 식이야” “너 또 그러지” 같은 표현이 나오는 순간 왜 다툼이 시작됐는지 잊어버리고 감정싸움이 시작된다. ‘맨날’ ‘항상’ ‘또’ 같은 조그만 표현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거센 반발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이명길 듀오 연애코치 lightwaylee@empas.com

정리=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