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수주 가뭄' 계속…컨테이너선 마저 중·일에 쫓긴다
한국 조선사의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가 끊겼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은 지난 상반기엔 굵직한 컨테이너선 수주 계약을 연이어 따냈지만, 8월부터는 수주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조선 경기 침체 및 해양플랜트발(發) 위기 속에 버팀목이 됐던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3월에 2만1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한 개를 실을 수 있는 크기) 컨테이너선 4척, 4월에 2만1100TEU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실적이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6월 1만9630TEU 컨테이너선 11척을 수주한 게 마지막이다. 한진중공업도 4월에 2만600TEU 컨테이너선 3척과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한 이후 추가 수주를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9월에 4척을 수주했지만, 모두 소규모 계약이었다.

수주실적이 거의 없다보니 수주잔량도 줄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7월 말 한국 조선사의 8000TEU 이상 컨테이너선 수주잔량은 1660만GT(총톤수)였지만 지난달 말 1420만GT로 240만GT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과 일본 조선사의 수주잔량은 각각 270만GT, 50만GT 늘었다.

조선업체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형 해운사들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상반기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에 대형 컨테이너선을 주문하면서 추가로 발주할 수 있다는 옵션 계약을 체결했었지만 최근 추가 발주를 포기했다. 3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자 긴축 경영에 들어간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쟁국에 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을 뺏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해운사 코스코는 9월 1만9000TEU급 컨테이너선 11척을 자국 조선사 4곳에 나눠 발주했다. 다른 해운사 CSCL 역시 자국 조선소에 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일본 조선사들도 지난달 컨테이너선 10척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선박수출조합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조선사의 수출 선박 계약 실적은 349만3949GT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3배 증가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1만8000TEU 이상 컨테이너선은 한국 조선사만 건조할 수 있었는데, 올해 들어 중국 및 일본 조선사들이 계약을 따내기 시작했다”며 “한국의 독무대라고 여겼던 컨테이너선 시장을 뺏기면 국내 조선사에 또다른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