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PD가 모는 카카오 블랙…택시서 누리는 비즈니스석
[ 최유리 기자 ] 고급택시는 커녕 모범택시도 타본 적이 없었다. 처음이라는 이유로 쉬이 감동하지 않겠다고 맘먹은 이유였다. 일반 택시의 2배가 넘는 요금따라 눈높이도 높아진 터였다. 굳은 결심도 잠시, 솔직히 감동했다. 요금을 결제한 뒤에도 서비스는 이어졌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사라진 '카카오택시 블랙' 얘기다.

지난 목요일 밤 서울 마포구 상수동. 한 주의 분기점을 넘긴 터라 피로가 몰려왔다. 굽이 있는 힐을 신어 지하철을 탈 마음은 사라졌다. 카카오가 최근 출시한 고급택시 서비스 '카카오택시 블랙' 찬스를 쓰기로 했다.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서 '호출하기'를 누른 시간은 9시30분. 이후 9시32분에 전화가 울렸다. 탑승 위치를 확인하고 5분 안에 도착하겠다는 기사의 전화였다. 5분이 채 되지 않아 다가오는 검은색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보였다. 서울 시내에 100대의 차량이 운행 중이라는 걸 감안하면 빠른 배차였다.

서비스는 깍듯했다. 직접 차 문을 열어 준 기사는 "문을 닫아도 되겠습니까", "안전을 위해 안전벨트 착용 부탁드립니다", "실내 온도는 괜찮으십니까" 등을 물으며 승객을 살뜰히 챙겼다.
[리뷰+] PD가 모는 카카오 블랙…택시서 누리는 비즈니스석
택시가 출발하자 발부터 쭉 뻗었다. 공간은 넉넉했다. 열선 시트를 작동시키고 구비된 충전기에 휴대폰을 연결시켰다. 기사가 건내주는 물로 목도 축였다. 비행기로 치면 비즈니스석에 앉아 가는 기분이었다.

자신을 PD(Professional Driver·전문 운전기사)라고 소개한 기사는 "승객을 응대하는 말투부터 응급 환자에 대한 훈련도 받았다"며 "PD라는 직업의식으로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서비스는 만족스러웠다. 여기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까지 갖추면 금상첨화겠지만 요금은 만만치 않았다. 서울 상수동부터 경기도 의정부까지 46.7km 구간 요금은 7만74000원. 3만원대 초반이 나왔던 일반 택시의 2배가 넘었다. 주머니 사정이 뻔한 월급쟁이가 서비스 유인만으로 일반 택시 대신 선택하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물론 가성비에 개의치 않는 틈새 시장이 타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사 역시 "비즈니스 의전용으로 이용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은 비싼 요금에 대한 저항감이 낮다"고 설명했다.

다만 틈새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려면 서비스 고도화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 서비스 자체에 집중하는 이용자라면 서비스 제공 범위, 결제 방식 등 세부적인 부분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택시 블랙의 서비스 제공 범위는 서울로 제한된다. 때문에 서울에서 경기권으로 갈 수는 있지만 반대 방향으로는 이용할 수 없다. 요금의 경우 카카오의 간편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카카오가 잠재 고객으로 지목한 외국인이나 중장년층 기업 임원에게는 이용 장벽이 될 수 있다.

카카오택시 블랙 기사는 "현재 인천, 부산 지역으로 서비스 확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외국인 고객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선 결제 수단의 다양화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