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뽑기 경쟁' 여전한 국·공립 유치원
본지는 지난 18일자 기사를 통해 내달 초 열리는 공립유치원 입학 추첨식을 앞둔 만 3~5세 아동 학부모의 초조한 심정을 전했다. 기사에는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하나같이 “공립 유치원을 늘려달라”고 호소하는 목소리였다.

유치원알리미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내는 월평균 원비는 초등학교에 설치된 공립 병설유치원이 9664원, 사립유치원이 21만4859원으로 연간 240만원 차이가 난다.

공립유치원은 교육청이 설립해 운영하는 만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하니 학부모 부담이 사립보다 낮다. 대다수 학부모들은 “아이를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싶어서 보낸 것도 아닌데 원비는 수십 배를 더 내야 하니 억울하다”고 말한다.

대안은 간단하다. 공립유치원을 더 짓는 것이다. 하지만 공립유치원 신설은 여의치 않다. 늘어난 공립유치원에 원아를 빼앗겨 운영난이 심해질 것을 우려하는 사립유치원 단체들의 반대가 심해서다.

공립유치원 설립 권한은 각 지역 교육감에게 있다. 하지만 선출직 공무원인 교육감들은 조직적인 민원에 약하다. 공립유치원 신설 계획이 빛을 보는 사례가 드문 현실이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법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재원 확보가 어려운 데다 “사립유치원 지원을 강화하려면 정부가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부 방침이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생각과 충돌하고 있어서다. 민간 주도로 자율적으로 발전해온 사립유치원은 원비 결정이나 운영 등에서 자율성을 갖고 있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유치원비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초과하지 못한다’는 유치원비 인상률 상한제가 우여곡절 끝에 통과돼 인상률을 통제할 수 있게 됐지만, 이미 치솟은 원비 자체는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비 등에 대한 관리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지원만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립유치원을 의식해 학부모 목소리에 귀 닫은 각 시·도 교육청, 관리권을 놓고 한 치 양보 없이 대립하는 정부와 사립유치원 사이에서 학부모들의 울분만 쌓여 가고 있다.

마지혜 지식사회부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