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폭스바겐 전시장.
서울 서초구의 폭스바겐 전시장.
[ 안혜원 기자 ]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폭스바겐 매장. 문 앞까지 마중 나온 영업사원의 뒤를 따라 매장으로 들어섰다. 몇몇 고객들이 차를 둘러보고 있었다.

이달 들어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에 고객들의 발걸음은 꾸준히 이어졌다. 디젤 스캔들 이후 멀어진 소비자 시선 잡기는 성공한 듯 보였다.

폭스바겐이 광고하는 만큼 실제로 이벤트 할인 가격은 어떨까 궁금했다. 기자는 이날 직접 구매 상담을 받아봤다.

◆ 골프 2.0 TDI 11% 할인 적용…실구매가 3026만원

기자가 구매를 희망한 골프 2.0 TDI는 현금 할인과 60개월(5년) 무이자 할부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영업사원은 둘 중 현금 할인을 추천했다. 현금 할인을 받을 경우 차량 가격의 7%에 해당하는 취등록세가 줄기 때문이다.

현금 할인을 기준으로 골프의 구매 가격을 따져봤다. 할인 전 골프의 소비자가는 3400만원(개별 소비세 인하분 반영)이다. 여기서 11%의 할인율이 적용돼 실제 판매 가격은 3026만원이었다.

지난달 골프 차량의 할인가를 물어봤다. 매장 직원은 “6%의 할인율이 적용돼 판매 가격은 3196만원이었다”고 답했다. 할인 이벤트 이후 골프는 차값이 170만원 내려갔다.

골프 차량을 구매하고자 매장을 방문한 김윤아 씨(36)는 “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후 폭스바겐 차량 가격이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할인율이 적은 거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60개월 무이자 할부와 현금 할인을 함께 광고하던데 혜택을 동시에 받을 수 없어 실제 할인율은 10% 내외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즉시 차량 구매를 진행하는 고객도 있었다. 김덕호 씨(42)는 “생각만큼 할인이 많이 되지는 않지만 170만원도 큰 금액”이라고 했다.
폭스바겐 매장에서 고객이 티구안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
폭스바겐 매장에서 고객이 티구안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
◆ 할인율 높은 모델은 구매 힘들어

가격 할인율이 높은 모델은 제타와 투아렉이다. 제타(프리미엄)는 700만원까지 할인이 적용돼 2900만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투아렉은 최대 1700만원 깎아줘 8000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폭스바겐을 싸게 구입하려는 고객이 몰리면서 제타는 재고가 없을 정도. 현재 국내에 브라운 색상 한 대의 재고만 남아있는 상태라고 매장 측은 밝혔다. 한 영업사원은 “어제 그레이 색상이 팔려 남아있는 제타 모델은 딱 1대”라고 말했다.

정작 할인율이 높은 모델은 재고가 없거나 가격대가 높아 구매하기 쉽지 않았다. 매장을 방문한 이모씨(37·여)는 “1700만원까지 할인해 준다는 광고를 보고 매장을 와보니 일반 사람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니었다”며 “과대 광고에 속은 기분”이라고 언짢아했다.

인기 차종인 골프, 티구안 등의 할인율이 기대만큼 높지 않아서인지 매장을 한번 둘러보고 구매 결정 없이 그냥 나가는 고객도 많았다. 상담을 진행한 영업사원은 “요즘 무척 위기감을 느낀다”면서 “어제도 영업사원 몇몇이 회사를 그만뒀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폭스바겐 딜러 간 경쟁도 극심했다. 서초구 매장을 둘러보던 중에도 앞서 방문한 다른 매장(용산)에서 계속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 “다른 매장에서 제시한 할인율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