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비즈니스 플랫폼에 날개 달아줄 MOOC
지난달 16일 홍콩에서는 미국의 무크(MOOC: 온라인 대중공개강좌) 전문기업 코세라(Coursera)와 아시아 파트너 대학 워크숍이 열렸다. 중국 베이징대, 일본 도쿄대, 홍콩대, 싱가포르국립대 등과 한국의 연세대, KAIST가 참가했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16개 대학을 불러모은 인물은 리처드 레빈 코세라 최고경영자(CEO)였다. 그는 2003년부터 10년간 미국 예일대 총장을 지내고,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물망에 오른 경제학자다. 그가 예일대 총장에서 퇴임한 이듬해인 지난해 당시 직원 50명에 불과한 코세라의 CEO로 변신하자 학계는 물론 기업들도 깜짝 놀랐다. 코세라의 매력은 뭘까.

무크는 무료로 인터넷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강좌를 말한다. 대학이 제공하는 강의 동영상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교육 공학적으로 잘 설계된 동영상과 스케줄에 따른 수강신청, 퀴즈, 토론, 동료 평가, 수료증 제공 등 온라인의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는 다양한 기능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코세라와 에덱스, 영국의 퓨처런이 대표적이다.

선두 주자인 코세라는 수강생수 1500만명에 강좌수만 1000개가 넘는다. ‘파괴적 혁신’ 이론으로 유명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교육의 질은 높고 가격은 싼 무크가 대학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며 “15년 내에 미국 대학의 25%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학이 스스로의 경쟁 상대이자 미래 잠재 위협이 될 수 있는 무크에 참여하는 이유는 뭘까. 고등교육 시장의 급격한 변화 흐름을 놓치면 자칫 위상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과 새로운 수익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한다. 대학의 생존 문제를 들여다보면 결국 플랫폼 경쟁의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대학은 고등교육이란 플랫폼에서 경쟁해왔다.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고수하던 대학이 이제는 새로운 방식의 무크를 플랫폼으로 받아들여 서로 협력하거나 독자적인 무크 서비스를 구축해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포털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미국의 야후, AOL, MSN, 라이코스, 익사이트 등 주요 포털이 경쟁하던 시대의 데자뷔인 것 같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14일 한국형 온라인 대학 공개강좌(K-MOOC)가 교육부 지원으로 출범했다. 국내 10개 대학의 최우수 강의 콘텐츠를 무료로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수강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하지만 해외 사례를 따라가려면 갈길이 멀다. K-무크 구축에는 23억원이 들었다. 코세라가 2013년에 확보한 8300만달러와는 비교할 수 없이 적다. 강의 수도 부족해 내년 2월까지 겨우 27개 강좌가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정부를 탓할 일만은 아니다. 고등교육 혁신의 깃발을 올린 것만으로도 정부는 소임을 다했다고 본다. 아쉬운 점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국내 기업의 움직임이 무크에 한해서는 너무나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앞서가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이 최근 수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게 될 코세라와 같은 플랫폼 기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고등교육 플랫폼이 다양한 비즈니스 플랫폼과 융합했을 때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한류 중심지인 동남아시아에서 인기 있는 네이버 라인이나 삼성전자의 타이젠 OS가 코세라 플랫폼과 연합한다면 개발도상국의 성장모델인 한국 고등교육 콘텐츠의 새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크가 가져올 변화 바람과 사업 가능성을 직접 느끼는 건 어렵지 않다. 무크 사이트에 가입하고 편한 차림으로 집에서 강의를 들으면 된다.

허준 < 연세대 교수 오픈스마트에듀케이션 센터장 jheo@yonsei.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