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 굴기'] "30년 치킨게임도 이겨내…대규모 투자로 정면대응"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도전에 업계 1, 2위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대규모 투자로 맞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단가를 낮춤으로써 중국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더라도 살아남기 어렵게 한다는 전략이다.

그간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미세화를 통해 생산단가를 크게 낮춰왔다. 셀 간 간격을 줄이는 미세화 작업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한 장의 웨이퍼(반도체의 원재료인 실리콘 기판)에서 나오는 반도체 수가 많아진다. 하지만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이미 극한 수준인 16~18나노 선까지 미세화가 진행돼 추가적인 기술 진보는 당분간 힘들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경우 단가를 낮추려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잇따라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에 대규모 반도체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2017년까지 1단계로 15조6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2024년까지 신규 공장에만 4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이미 중국에서 최첨단 3차원 낸드플래시와 D램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금까지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각각 약 100조원, 80조원에 이른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10조원을 투자한다 하더라도 격차가 크다. 또 한국업체들은 2012년까지 30년 가까이 진행됐던 ‘메모리업계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경험이 있다. 과거 메모리 시장에는 수십개의 업체가 난립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공격적 투자를 통해 시장을 ‘정리’했다.

한 반도체업체 고위관계자는 “올해 삼성과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 발표는 중국에 일종의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며 “중국이 따라오겠지만 충분히 도망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도체 전문가인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문제는 중국이 한국을 뛰어넘느냐가 아니라, 한국의 점유율을 얼마나 빼앗느냐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내수시장에서 자국 업체를 밀어주면 세계 시장에서 수년 내 3위까지 치고 올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