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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칼럼] 대기업 인재 몰리는 어느 중소기업

입력 2015-11-05 18:59:12 | 수정 2015-11-06 11:44:29 | 지면정보 2015-11-06 A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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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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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산동에 있는 고영테크놀러지의 주변 환경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3차원 전자부품 검사장비를 만드는 이 회사가 입주한 지식산업센터는 옛 구로공단의 공장을 재개발한 곳이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무대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서울 강남이나 경기 판교에 비해 쾌적함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젊은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삼성 LG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연구원이나 관리자 출신들이 이곳에 새 둥지를 틀고 있다. 이 회사의 이보라 인사팀장은 “본사 인원 315명 중 50명가량이 대기업에서 온 젊은이들”이라고 밝혔다.

KAIST 박사들도 속속 둥지

고영의 학사급 이상 연구원 136명 중 61%인 83명이 석·박사다. KAIST 박사를 포함한 이공계 박사급 연구인력만도 21명에 이르는데 대기업에서 이직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대우가 대기업보다 월등히 좋은 것도 아니다. 고영 임원은 해외 출장 시 이코노미석을 탄다. 중견·중소기업들이 우수 인재를 대기업에 빼앗긴다고 아우성이지만 이 회사는 거꾸로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인간적인 대우다. 이 회사는 출근부가 없다. 아예 출퇴근을 점검하지 않는다. 오후 2시에 출근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야행성인 사람은 새벽까지 일하고 오후에 나온다. 일과 중에 사내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해도 상관없다.

둘째, 연구개발(R&D)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왜 이런 연구를 하는지 시시콜콜 간섭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해외 학회나 전시회에 다녀올 수 있다. R&D에 매출의 약 20%를 쏟아붓는다. 대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는 복잡해 연구가 좌절되는 일이 종종 있지만 고영은 연구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셋째, 성취감이다. 개개인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성과로 나타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믿고 맡기는 경영’으로 승부

이게 창업자 고광일 사장(58)의 경영 스타일이다. 그는 R&D가 ‘비용’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로 생각한다. 그 결과는 숫자로 나타난다.

생산제품 대부분을 수출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 관계없이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 매출은 2012년 1078억원에서 2014년 1428억원으로 2년 새 32.5% 늘었다.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23.4%에 불과하고 유보율은 1778%에 달했다. 고객은 3년 새 지멘스 캐논 등 약 1000개사에서 1600여개사로 증가했다.

빠른 의사결정을 토대로 동종 업계 최초의 제품을 줄지어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창업 초기 제품인 3차원 납도포검사장비, 2013년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3차원 자동광학검사장비도 모두 처음 선보인 것들이다. 하버드대 의대와 함께 개발 중인 3차원 뇌수술로봇장비도 마찬가지다. 이들 외에도 몇몇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고 사장은 ‘믿고 맡기는 경영’과 더불어 ‘신나는 직장’을 추구한다. 금년 초 59명의 우수사원에게 1인당 250만원 상당의 해외여행 상품권을 깜짝 선물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다 보면 기업인들은 습관적으로 경기 탓, 모(母)기업 탓, 정책 탓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영은 남 탓을 하는 법이 없다.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헤쳐 나가고 있다. 이 회사 경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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