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를 해보자. 경부고속도로 얘기다. 지금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한다. 당연히 있어야 할 고속도로가 아니냐는 식이다. 1960년 중반으로 돌아가면 스토리는 완전히 달라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고 했을 때다. 결론부터 말하면 1967년 시작된 경부고속도로는 3년 만인 1970년 ‘기적적으로’ 완공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타지 않고 쭉 뻗은 첨단도로(?)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어졌다. 이런 도로를 가진 것은 유사 이래 처음이었다.

“논밭으로 왜 고속도로 내나”

[Cover Story] 경부고속도로·인천공항·천성산 도룡뇽 때도 4대강처럼 "그거 지으면 환경파괴된다"였다
경부고속도로 계획을 수립할 당시 정치권과 농민, 학계 등은 극렬하게 반대했다. “논과 밭, 산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웬말이냐”, “도로건설에 쓸 돈이 있으면 민생에 써라”, “차를 가진 부자들을 위한 도로다.” 청년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도 공사현장에 드러누워 반대시위를 했다. 배웠다는 경제학자들도 “농업이 우선이다”며 반대했다. 지금 들어보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생각이 달랐다. ‘나라가 잘 살려면 공업이 우선이고 수출이 우선이다. 그렇게 되려면 물류를 책임질 도로를 뚫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부고속도로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반대 목소리는 사라졌고,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977년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고속도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수치였다.

이후 경부고속도로가 왜 서울~부산이고 서울~목포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정설은 이렇다. 논 사이로 도로가 나는 것을 당시 지주와 해당 지역 정치인들은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 뒤에 호남고속도로, 호남고속철도가 생기긴 하지만 당시의 인식은 ‘논=쌀’ ‘도로=망조’라고 할 만큼 좁았다. 농업제일주의, 환경제일주의가 빚어낸 시대의 촌극일 따름이다. 21세기인 지금 경부고속도로는 후세대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고 있다. 개발이 장기적 관점을 갖기란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그 관점을 가지고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 중요하다.

인천공항 없다면 ‘끔찍’

인천국제공항 이야기도 비슷하다. 1992년 착공 당시 반대가 극심했다. 김포공항은 지금 눈높이에서 보면 작고 보잘것없다. 21세기 무역강국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공항이긴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1992년 경부고속도로의 인식한계와 거의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경부고속도로에서 배운 바가 없었던 모양이다. 공사를 시작한 지 8년 만에 완공된 인천국제공항이 없다면 지금 하늘길은 엉망이 됐을 것은 자명하다. 당시 인천국제공항 건설계획이 나오자 환경론자와 시민단체 등은 반대시위를 했다. 영종도 지반이 약해 주저앉는다, 해무가 끼어 이착륙이 불가능하다, 그렇게 크게 지을 필요있느냐 등. 그때 이 정도로 지어놓지 않았다면 세계가 부러워하는 공항이 되지 못했다.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연간 국내외 이용객은 작년 말 현재 4500만명을 돌파했다. 물론 당시 인천공항 건설에 반대했던 사람들은 지금 아무 말이 없다.

경부고속도로와 인천국제공항보다 더 웃기는 일이 발생한다. 바로 천성산 도룡뇽 사건이다. 2003년 정부가 경부고속철도 공사를 위해 경남 천성산을 관통하려 하자 ‘도룡뇽이 죽는다’며 공사를 막는 시위가 벌어졌다. 여승이 주도한 시위는 오랫동안 이어져 공사기간이 늘었고, 비용도 급증했다. 공사가 완공된 후 밝혀진 사실은 도룡뇽은 멀쩡하더라는 것이다. 과도한 환경주의가 빚은 촌극으로 결론났고, 여승은 소송에서 패소했다.

4대강 혜택자는 웃는다

4대강 사업은 가장 최근 들어 경부고속도로, 인천공항, 청선산 도룡뇽의 전철을 밟은 케이스다. 4대강 사업은 수자원을 관리해 홍수와 가뭄을 다스린다는 목표로 2009년 착공됐다. 반대가 극심했다. 여기에도 환경론자, 정치인, 이익단체 등이 총집결했다. 4대강 하류와 지류는 물을 저장하거나 큰 물을 흘려보낼 힘이 없었다. 쌓인 모래로 강바닥은 높아져 있었고, 지류는 썩어 악취를 풍겼다. 여름엔 홍수고, 가을엔 가뭄이었다. 천수답식 물관리였다.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1200㎜ 이상으로 세계 평균보다 많다. 하지만 댐이 있는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 흘려보내고 만다. 영산강과 낙동강 주변에 사는 사람들과 해당 지역 도지사들이 4대강 사업에 찬성한 이유다.

4대강 사업에 반대했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요즘 속이 탄다. 충남지역 8개 시·군·구에 강제제한급수가 검토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24㎜의 비가 왔지만 충남의 젖줄인 보령댐이 거의 말랐다. 4대강에는 11억6600만㎥의 물이 있다. 보령댐을 10번 이상 채울 수 있는 물이다. 원래 4대강 물과 보령댐 연결수로 공사가 계획돼 있었다. 하지만 정치권등의 반대로 무기한 보류돼 현재 상태에 이르렀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