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체율, 3년 만에 중소기업 보다 높아져
대기업의 은행 대출 연체율이 201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중소기업 연체율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 분야의 대기업 경영실적 악화 흐름이 지속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잠재적인 기업 부실화 압력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산업은행은 30일 발표한 3분기 기업금융 조기경보 보고서에서 지난 8월 대기업의 국내 은행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율 기준)이 1.04%로 중소기업 연체율(0.99%)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기업 연체율이 중소기업 연체율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2012년 8월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대기업 연체율은 2.36%, 중소기업 연체율은 1.86%였다.

기업금융 조기경보는 산업은행이 금융위기와 기업금융의 부실화 가능성을 예측해 정책 결정과 경영진의 의사 결정을 돕기 위해 올초 개발한 모형으로, 분기마다 발표한다.

올 들어 대기업 연체율은 6월 0.68%, 7월 0.84%, 8월 1.04% 등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연체율도 0.78%(6월)에서 0.99%로 올랐지만 상승 폭은 대기업에 비해 덜했다. 산업은행은 대기업 연체율 증가에 대해 매출 정체상태에 빠진 기업이 늘어나는 등 대기업의 성장성 지표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대기업 매출 증감률은 지난해 -0.8%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 -5.5%, 2분기 -5.7% 등으로 전년 대비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이해용 산업은행 부행장은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 둔화와 국내 성장세 둔화 영향을 대기업이 더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기업의 신용위험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기업 신용위험지수는 올해 2분기 9에서 3분기 16으로 증가했다. 이 지수는 -100(위험 크게 감소)부터 100(위험 크게 증가) 사이의 값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대기업 가운데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대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9.3%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 14.8%로 급상승했다.

이 부행장은 “대기업이 중심인 조선, 운수, 철강업종의 한계기업 비중이 특히 높게 나타나 관련산업 구조 개편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1년 내 은행의 부실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대기업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취약업종과 한계기업에 대한 여신관리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