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서울 여의도와 용산, 잠실 등 광역중심지역을 제외한 압구정과 반포 등 한강변 주거용 아파트 높이가 35층 이하로 제한된다. 노후 아파트 재건축 추진이 잇따르고 있는 서울 반포동 한강변 일대.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앞으로 서울 여의도와 용산, 잠실 등 광역중심지역을 제외한 압구정과 반포 등 한강변 주거용 아파트 높이가 35층 이하로 제한된다. 노후 아파트 재건축 추진이 잇따르고 있는 서울 반포동 한강변 일대.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서울시가 29일 발표한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은 한강을 따라 늘어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대한 높이 규제를 통해 한강변 인근 경관을 개선하는 게 핵심이다. 고층 아파트가 빽빽이 늘어서 ‘성냥갑 같다’는 비판을 받던 한강 인근 경관(스카이라인)을 높이 제한과 특별건축구역제도 도입 등을 통해 새롭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한강변 아파트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하는 기존 방침도 재확인했다.

그러나 아파트 높이 제한 방침으로 그동안 민간 기업들이 추진해온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건립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개발업체와 재건축조합 등은 압구정동 아파트 지구를 50층 이상 초고층으로 재건축하면서 녹지 공간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었다.
[까다로워지는 한강변 재건축] 반포 등 10곳 '산 조망' 심의 강화…남산 옆 한남뉴타운 '발등의 불'
○산 조망 특별심사 시행

[까다로워지는 한강변 재건축] 반포 등 10곳 '산 조망' 심의 강화…남산 옆 한남뉴타운 '발등의 불'
서울시는 ‘주요 산 자연조망 관리지역’이란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이 지역에 포함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 서울시 건축관련 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금도 경관법에 따라 건축물의 경관, 색채, 배치, 형태 등을 심의하고 있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보다 강화된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고층건물이 들어설 경우 한강변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남산, 관악산 등 서울 주요 산의 경관을 해칠 수 있는 곳이 대상이다. 망원, 합정, 서강·마포, 용산, 이촌, 한남, 반포, 옥수, 광장지구가 해당한다. 이 지구에 대해 10곳의 기준점을 정해 한강변에서 바라볼 때 재건축 아파트가 들어서도 산이 잘 보이는지 경관 예측을 진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반포지구에 고층 아파트를 지을 경우 관악산과 현충원의 경관이 잘 보일지 반포대교 북단에서 바라보는 것을 기준으로 예측을 진행한다. 이때 35층이라는 최고층수마저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업계에선 서울 한남동·보광동 일대에 펼쳐져 있는 한남뉴타운 사업이 서울시의 새 경관기준에 따라 사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미 경관심의를 통과하고 건축심의 단계에 있는 한남뉴타운 3구역 외 사업을 추진하는 다른 구역들은 새롭게 강화된 기준에 따라 심의를 받아야 한다. 배후산인 남산의 높이가 262m에 불과한 데다 한강과 가장 가까워 심의가 엄격할 예정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조망 높이 기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 다른 산들과 달리 남산은 7부능선(소월길)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을 세웠다”며 “한남지구 자체가 언덕에 있어 건축물 높이를 올리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특별건축구역 통해 규제 완화

서울시는 재건축 아파트의 최고 높이가 35층으로 제한되는 만큼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도입해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방침이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 단지 안에서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물바닥 면적의 비율), 아파트 동간 거리, 도로사선 등 각종 규제가 완화된다. 아파트를 높이 세우는 것이 힘들어진 만큼 건폐율 완화 등을 통해 옆으로 확장시켜 용적률을 최대한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013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사업이 추진 중인 반포주공 1단지(1·2·4지구)가 대표적이다.

반포주공 1단지 조합은 지난달 16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지상 35층 높이가 확정되기 전 서울시와 수년째 최고 높이와 설계를 두고 다툼을 벌였다. 오득천 반포주공1단지 조합장은 “한강변과 가까운 아파트 동일수록 낮아야 한다는 규정까지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