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승부 거는 LG전자] 전기차 '심장' 구동모터도 첫 납품
LG전자가 GM에 납품하기로 한 부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구동모터다. 전기차에서 구동모터는 내연기관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LG전자가 완성차 업체에 구동모터를 납품하는 것은 처음이다.

모터 자체를 생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고효율이면서도 가벼운 모터를 제작하는 것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전기차에 넣을 수 있는 배터리의 양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터 효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주행거리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 또 차량을 운전하면서 수없이 달리고 가속하고 정지하는 와중에도 일정한 성능을 내야 한다. 모터 성능이 좋지 않으면 운전자의 생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GM이 ‘전기차 대중화’의 선봉장으로 내세운 ‘쉐보레 볼트EV’ 구동모터 공급사로 LG전자를 선택한 것은 LG전자가 모터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1962년부터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모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안승권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 산하에 선행개발 조직이 있고, VC(자동차부품)와 H&A(가전)사업본부 산하에 별도의 연구소가 있다.

모터의 기본 기술은 전기에너지를 동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전기를 적게 쓰면서 많이 움직이느냐가 핵심이다. LG전자는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가전 분야에서 고효율 모터를 꾸준히 개발해왔다. 특히 모터에 들어가는 전력의 양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인버터’ 기술을 적용한 ‘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는 LG전자가 1998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LG전자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전력 효율이 모두 1등급인 것도 모터 기술 덕분이다. 이 기술이 자동차 모터에도 그대로 쓰인다.

LG전자 관계자는 “모터는 전형적인 아날로그 기술 제품으로 오래 연구할수록 노하우가 쌓이고 그만큼 후발주자가 따라오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모터뿐만이 아니다. LG전자는 자동차용 통신모듈의 일종인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세계 1위(점유율 약 30%)다. 또 미래 자동차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역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있다. LG전자는 VC사업본부에만 약 2000여명의 연구인력을 두고 있다. 최근엔 HE(TV·오디오)사업본부 연구인력 100여명이 VC로 발령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