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부행장 60% 임기만료…'인사태풍' 분다
은행권에 연말 인사태풍 경보가 내려졌다.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부행장급 39명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KB금융이 지난 19일 김옥찬 SGI서울보증 사장을 지주사 사장으로 전격 내정하자 은행권에선 인사 시즌의 막이 올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부행장급은 통상 2년 임기를 채운 뒤 1년 더 연장하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은행에서 수익성이 떨어져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인사 폭을 늘릴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5대 은행 부행장 60% 임기만료…'인사태풍' 분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 신한, 국민, 우리, 농협은행의 부행장급 임원 67명(은행장 제외, 본점 기준) 중 58.2%인 39명이 올해 연말로 임기가 끝난다. 10명 중 6명이 퇴진이냐 임기 연장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농협은행은 김주하 행장의 임기가 12월31일까지여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농협은행장은 지금까지 연임한 전례가 없지만 농협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이 2008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등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연임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농협금융지주는 차기 농협은행장을 선출하기 위해 다음달 초 자회사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또 농협은행에선 최상록 수석부행장(경영기획본부 겸 금융소비자보호본부)과 이종훈(여신심사본부)·김광훈(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 등의 임기가 연말에 만료된다. 내년 2월까지로 기간을 늘리면 전체 임원 10명 중 절반 이상이 교체될 수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은행권 수익성 악화는 저금리와 저성장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크지만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교체 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은행 인사도 관심이다. 국민은행은 14명의 임원 중 강문호(여신그룹)·박정림(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등 4명의 임기가 12월 만료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임직원들이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인사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정병기 전 감사가 올초 자진사퇴한 이후 9개월째 공석인 상근감사직도 내년 초까지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에서는 당장 이달 말 김승규 부사장(경영지원총괄)의 임기가 끝난다. 이동건 수석부행장을 비롯해 권기형(기관고객본부)·남기명(개인고객본부)·박기석(경영기획본부)·김옥정(리스크관리본부)·김종원(부동산금융사업본부) 부행장 등도 1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다만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민영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상황이어서 김 부사장을 포함한 상당수 임원의 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2년 임기 후 1년씩 재선임하는 ‘2+1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석근 상임감사위원뿐만 아니라 5명의 부행장이 모두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12월 임기가 끝나는 부행장보도 6명이다.

임영진 부행장(WM그룹)의 재임기간은 5년, 이동환(CIB그룹) 부행장 등의 재임기간은 3년이다. 전체 임원 15명 중 최대 12명이 임기를 채운다는 얘기다. 은행업계에서는 3월 취임한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인적 쇄신 등을 위해 인사 폭을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의 수익구조 개편이 큰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도입 등의 이슈까지 불거져 연말 임원 교체 폭이 상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박한신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