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인사 파문' 무슨 일이…최광 이사장, 장관 반대에도 홍완선 본부장 교체 밀어붙여
5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 여부를 둘러싼 인사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교체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13일 “최 이사장은 홍 본부장의 연임 여부를 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교체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홍 본부장의 교체 여부는 아직 확정된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정진엽 복지부 장관을 세 차례 만나 홍 본부장을 교체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정 장관이 교체에 반대하자 지난 13일 내부 전자문서로 홍 본부장의 ‘연임 불가’를 결재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임기 2년을 마친 뒤 1년 연임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홍 본부장의 연임 여부는 최 이사장이 결정할 수 있다는 게 복지부의 유권해석이다. 최 이사장은 “과거 2년간 주식 투자수익률이 벤치마크(기준 수익률)를 밑돈 데다 조직 관리에 흠결이 있다”는 등의 사유를 들어 홍 본부장 교체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민연금법상 기금운용본부장의 임면권은 복지부 장관이 행사하는 데다 복지부가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어 다소 무리한 결정이란 시각도 있다. 복지부는 홍 본부장에게 특별한 과오가 없고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안이 추진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연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 독립을 놓고도 갈등을 빚었다.

청와대에서는 복지부 장관의 방침과 다르게 홍 본부장 교체가 결정된 것에 대해 당혹해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장을 바꾸겠다는 최 이사장의 입장은 확고하지만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복지부 관계자는 전했다. 산하 공단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복지부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공단 안팎에서는 공단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의 갈등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제도 관리를 총괄하는 공단 조직과 기금자산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 조직이 동거하면서 잡음이 발생한다는 진단이다.

한 전직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법상 기금 운용을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 조직은 공단 이사장보다 복지부의 관리 감독을 받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단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의 인사를 결정하는 주체가 서로 다른 것도 갈등의 씨앗이란 분석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