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부터 서울지역 중학생은 협동조합과 마을공동체를 비롯한 ‘사회적 경제 과목’을 배우게 된다. 빈부 격차가 심화하고,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현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사회적 경제라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것이다. 최근 역사 국정교과서 도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앞장서 반(反)시장경제 정서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초·중등 사회적경제 교과서 개발을 진행할 업체를 선정하고,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교과서 제작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교과서 제작은 서울시와 서울교육청, 서울시의회가 공동으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올해 1억9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서울시가 밝힌 교과서 제작의 목표는 ‘돈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경제 교육’이다. 시 관계자는 “양극화가 커지고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사회적경제의 가치와 의미를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과서 제작은 이르면 내년 초 마무리될 예정이다. 교과서에는 협동조합, 마을공동체 등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이 상당수 포함될 전망이다. 서울시와 시교육청은 내년 하반기부터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적경제 교육과정을 도입한 뒤 2017년부터는 초등학생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회적경제 교과서는 국어, 영어, 수학과 달리 인정 교과서로 사용될 예정이다. 인정 교과서는 해당 시·도교육감 승인만 있으면 학교에서 쓸 수 있는 필수과목 외 교과서를 뜻한다. 시 고위 관계자는 “시교육청이 의지를 갖고 사회적경제 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서울에 있는 대부분 중학교가 사회적경제 교과서를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시교육청은 사회적경제 교과서를 방과 후 활동과 중학교 1학년 대상의 자유학기제 운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현 역사 교과서에 반(反)시장경제 내용이 많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사회적경제 교과서 도입이 학생들에게 반기업 정서를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시장경제의 가치와 의미를 가르치는 교과서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경제를 먼저 학생들에게 가르칠 경우 반기업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초 출범한 사회적경제 교과서 제작 태스크포스(TF)도 기업 및 경제계 인사들을 배제하고 서울시와 시교육청, 협동조합 관계자들로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등을 중심으로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게 핵심인 새로운 경제 개념. 주식회사가 주축인 시장경제가 추구하는 ‘경제적 이익’ 대신 ‘공공의 이익과 복지’에 초점을 맞춘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