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이 경제성장의 동력이라는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지난해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불평등을 선동하고 있을 당시 한국경제신문은 디턴 교수의 주저(主著) ‘위대한 탈출’을 국내에 출간, 소개하면서 올바른 경제발전론을 정립·전파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한경과의 와이드 인터뷰에서도 불평등이 경제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왜 성장이 사회 진보에 필요한지를 역설했다.

이성과 논리는 뒤로 밀리고 감성과 정치 구호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디턴의 이번 노벨상 수상은 의미가 자못 심장하다. 소득과 소비, 빈곤과 저축의 관련성을 각국의 경제발전 등을 통해 연구한 그의 관심사는 사회발전과 경제성장이다. 불평등이 성장을 촉진했고, 그 결과 빈곤도 획기적으로 해소되고 있다는 것이 연구결과다. 그는 또 인류는 과거보다 한층 평평해지면서 불평등 문제도 함께 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아프리카의 건강과 부의 비교 지표들, 중국·인도에서 경제성장과 영아사망률의 상관성 등 무수한 실증자료를 통한 결론이었다.

‘위대한 탈출’은 기실 대한민국의 현대사다. 수명의 획기적 연장, 눈부신 소득증대, 보건과 복지 확충 등 대한민국이 반세기 만에 이룬 것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물론 디턴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 앞에는 여전히 숙제도 많다. 앞선 탈출자들이 저개발국의 빈곤퇴치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게 도덕적 의무라는 그의 말대로 우리 사회에도 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한 계층은 있다. 선별적 복지론도 그렇게 나왔다. 미(未)탈출자를 확 줄이도록 성장의 엔진이 식지 않게 하자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우리 속에도 존재하는 부정적 의식이다. 격차를 비판한다면서 성장을 부정하고 결과적으로 진보를 부정하는 퇴행적 부류 또한 적지 않다. 19대 총선과 지난 대선을 거치며 괴물처럼 커진 경제민주화의 광풍, 무차별 복지, 분배 우선론이 다 그렇다. 성장을 멈추면 더욱 불평등한 사회로 퇴보할 뿐이다. ‘한국은 더 성장해야 한다. 성장의 힘을 믿으라’는 디턴 교수의 얘기를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