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사회에 걸맞은 인재상은 '간판보다 실력'입니다. 안전제일 직업관을 벗어던지고, 청년층이 잡프런티어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스펙초월 채용문화'로의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경닷컴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롤모델이 될 전문 지식인과 맞춤형 전문대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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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구 기자 ] TV를 틀면 어느 채널에선가 쿡방(요리방송)이 나온다. 셰프들이 출연해 웃음꽃을 피우며 얘기를 나누고 틈틈이 요리를 한다. 여러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비치는 셰프도 보인다.

스타 셰프 에드워드 권(44·사진)이 이런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 열풍에 쓴 소리를 던졌다. 지난 7일 서울 청담동 레스토랑 랩24에서 만난 그는 “셰프는 주방을 비워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 방송에 나오는 셰프들 중 절반은 이미 레스토랑을 떠나버렸다”고도 했다.

에드워드 권은 “미디어를 통해 셰프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이를 계기로 음식 관련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전제한 뒤 “다만 셰프가 예능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고 ‘겹치기 출연’까지 하는 세태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능인 이미지가 굳어진 셰프가 전문가로써 식문화에 대한 메신저(전달자)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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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을 소홀히 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얘기다. 그는 “2개 프로에 동시 출연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지켰는데도 시간이 흐르니 부작용이 생겼다. 한 주에 하루만 비워도 ‘방송물 먹더니 레스토랑에 없더라’ 하는 입소문이 퍼진다”며 “그런데 지금 3~4개 방송을 하는 셰프도 보인다. 그만큼 주방을 떠나있는 시간이 많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방송 선배이자 동료 셰프 입장에서 안타깝다고 했다. 에드워드 권은 “제가 먼저 경험한 힘든 시간을 다른 셰프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지금처럼 셰프에 환호하는 분위기가 가라앉고 주방으로 돌아갔을 때 느끼는 상실감과 괴리감이 클 것이다. 미디어도, 셰프들 스스로도 절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 셰프의 기준은 미디어 출연이 아니라 고객 동원력과 사회적 역할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해외에선 셰프를 메인으로 한 디너쇼가 열린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수백명을 동원할 수 있는 셰프가 진짜 스타 셰프”라고 역설했다. 또 “외국에도 방송을 타는 스타 셰프들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본업에 충실하면서 음식과 요리에 대한 철학이나 메시지를 전파하는 케이스”라며 “토크쇼나 예능 프로에 나와 스타 셰프가 되는 문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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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 변성현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