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줄어든 '박원순 요청사항'…가슴 졸이던 공무원들 "휴~"
“최근 들어 ‘시장 요청사항’이라는 공문을 받는 횟수가 크게 줄었어요. 직원들도 상당히 의아해하고 있습니다.”(서울시 관계자)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사진)이 취임한 2011년 10월부터 각 부서에 ‘시장 요청사항’이라는 공문을 전달하고 있다. 시장 요청사항은 박 시장이 정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내용 또는 현장에서 낸 아이디어를 의미한다. 오세훈 전 시장 때까지는 ‘시장 지시사항’으로 통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린다는 표현이 좋지 않다는 박 시장 주문에 따라 요청사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3년여 동안 시장 요청사항은 900개에 육박했다. 평균 하루에 한 번꼴로 시장 요청사항이 전달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횟수가 크게 줄었다는 게 시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한 달 동안 시장 요청사항은 한 건에 불과했다. 정환중 서울시 기획과장은 “올 들어 시장 요청사항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건 맞다”며 “(박 시장) 시정 5년차를 맞아 상당수 현안이 해결되면서 횟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박 시장이 ‘공무원 기살리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박 시장 취임 이후 시 간부들은 박 시장의 업무 스타일에 작지 않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 고위 관계자는 “현실에 맞지 않는 즉흥적인 아이디어가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요청사항은 손을 대기조차 힘들다”고 털어놨다.

시민단체 출신인 박 시장이 공직사회에선 생각하기 힘든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도 많다는 게 시 관계자의 전언이다. 시장 요청사항은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업무 1순위인 동시에 기피 1순위라는 후문이다. 시 국장급 고위 간부들의 ‘탈(脫)본청, 탈요직화’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고위 관계자는 “박 시장이 공무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최근엔 시 간부들과의 토론을 거친 뒤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