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ICT 융합이 미래를 창조한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TV 속 광고 한 편이 있다. 추석 명절 집을 비운 사이에 집주인 휴대폰으로 거실 창문이 열렸다는 알림 메시지가 온다. 이를 확인한 집주인은 휴대폰으로 집안의 전기를 제어해 집에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전등과 TV를 켠다. 도둑은 그 상황을 보고 빈집이 아니었구나 하며 허겁지겁 달아난다. 이 유머러스한 광고는 휴대폰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결합한 스마트 홈서비스 광고다. 이 광고뿐만 아니라 우리는 종종 “세상 참 많이 변했다”고 하며 정보통신기술(ICT)이 가져온 크고 작은 변화들에 감탄하고는 한다. 이처럼 우리는 ICT의 첨단성이 보여준 새로운 사회 변화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겪어오며,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는 어떤 ICT가 우리의 삶에 등장할지 기대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인류가 진일보하는 중심에는 항상 ‘기술’이 있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은 증기기관과 같은 기계 기술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고,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와 초연결사회로의 이동은 인터넷, 모바일, IoT와 같은 ICT의 발전이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 다가올 다음 사회로의 전환은 어떤 기술이 영향을 미칠까. 우리는 이제 ICT가 첨단기술(advanced technology)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로 작동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범용기술이란 기술 자체보다는 다른 분야 또는 다른 기술과 결합될 때 그 영향력이 더욱 커져 경제사회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내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처럼 ICT를 다른 측면으로 이해할 때 우리가 간과했던 영역을 찾아내고 새롭게 도전해야 할 과제를 통섭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오늘날 우리는 저(低)성장, 에너지 고갈, 환경 오염 등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글로벌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금이 ICT의 범용기술이란 특성을 발휘해야 할 때다. ICT와 나노기술(NT), 생명공학기술(BT), 환경공학기술(ET)과 같은 타과학기술의 융합은 글로벌 도전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최적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ICT와 BT의 융합은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보건의료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창출해 낼 수 있다. 또 ICT와 NT, ET의 융합은 친환경 자동차산업 등과 같이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의 탄생에 도움을 줌으로써 경제혁신과 창조경제 실현에 기여할 것이다.

오는 19~23일 과학의 도시 대전에서 이런 고민을 논의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과학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각국 장·차관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저명한 학자들이 모여 ‘과학기술의 혁신과 글로벌 미래 창조’라는 주제로 ICT와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험과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논의되는 많은 이야기들이 우리가 꿈꾸는 글로벌 미래의 청사진이 되기를 기대한다.

ICT는 타산업과 각기 다른 기술에 숨어 있는 창의성의 씨앗을 찾아 발현시키고 기존의 것을 더 나은 방향으로 혁신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첨단기술을 넘어 범용기술로서 ICT를 바라보고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지속해 미래를 이끄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희망한다.

서병조 < 한국정보화진흥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