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프린터 온.
삼성 프린터 온.
삼성그룹의 주력 회사는 삼성전자다. 그 삼성전자를 받쳐온 세 축은 반도체, 스마트폰, TV와 가전이다. 이 중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사업은 꾸준히 잘나간다. 1993년 이후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를 고수하면서 앞선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2011~2013년 황금기를 이끌었던 스마트폰은 꺾어졌으며, 10년째 세계 1위를 노리는 TV도 미래가 밝다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스마트폰은 시장 포화가 본격화하고 있는 데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있다. 중국에선 화웨이 샤오미 등의 업체에 쫓기고 있다. TV도 마찬가지다. 세계 시장 1위를 이어가며 점유율을 계속 높이고 있지만, 지난 2분기 별다른 이익을 내지 못할 정도로 수익성은 나빠졌다. 시장이 성숙해 더 이상 커지기 어려워서다.

지난해부터 이건희 삼성 회장을 대신해 삼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신사업에 발벗고 나선 이유다. 이 부회장은 “현재 제품을 개선하는 수준이 아닌,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신수종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자”며 신사업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그룹의 신수종 사업 중 대표적인 것은 2010년 5월 발표한 △태양전지 △전기자동차용 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이다. 삼성은 당시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해 사업을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 "미래 먹거리 찾아라"…바이오·IoT·B2B 차세대 주자 등극
5년이 흐른 지금, 가장 유망한 것은 바이오 사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에피스를 주축으로 하는 바이오 사업은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적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로슈, MSD와 바이오 의약품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유럽 의약국에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판매 허가를 신청하고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생산, 판매 허가를 신청하는 등 본격 행보에 나서고 있다. 다만 2020년에 이뤄내겠다는 매출 목표가 1조8000억원일 정도로 아직 초기 단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은 5대 신수종 사업에 얽매이지 않는다.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스마트홈 스마트헬스 등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에 대거 투자하고 있으며 그동안 소홀히 했던 B2B(기업 간 거래) 시장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사업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5년 전 짠 신수종 사업을 그대로 고집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IoT 투자를 확대해 2017년까지 삼성전자의 TV, 2020년에는 모든 제품이 IoT로 연결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앞으로는 자동차, 교육, 의료, 공공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와 협업에 나설 계획이다. IoT 시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해외 주요 기업과도 손을 잡고 있다. 또 B2B 분야에서는 공공 부문, 교육 시장, 헬스케어 등에서 제품과 솔루션 공급을 확대하며 인지도를 키워 가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1위 하드웨어 라인업에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더해 B2B 시장을 빠르게 주도해 나갈 예정이다.

이 같은 신사업과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1년 이후 혁신의 산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자제 연구조직 확대뿐 아니라 유망한 현지 신기술 벤처에 대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가 2007년부터 8년간 단행한 국내외 M&A는 20건에 불과했지만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지난해 5월 이후 대외적으로 알려진 M&A 사례만 10건에 육박한다. 2012년과 2013년에는 벤처 투자 및 M&A를 담당하는 SSIC와 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를 잇달아 설립했다. 이를 위해 11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될성부른 벤처를 초기부터 키우는 삼성액셀러레이터도 실리콘밸리와 뉴욕에 세웠다.

또 흩어진 실리콘밸리 인근 연구조직을 모두 합쳐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발족했다. 2013년 축소된 국내 삼성종합기술원 일부 기능도 이곳으로 옮겨갔다.

과감한 투자는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갤럭시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으로 떠오른 삼성페이는 올초 인수한 루프페이의 핵심 기술을 채택한 앱이다. 루프페이는 매사추세츠주에 있지만 M&A에는 OIC 등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트리밍 서비스인 밀크뮤직은 엠스팟에서, 정보기술(IT) 보안 솔루션인 녹스는 SRA에서 개발했다. 지난해엔 스마트싱스를 2억달러에 사들여 IoT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