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신중’이다. 당시 회의에서 위원 대다수는 현재 경제 여건으로는 금리 인상이 어려운 만큼 추가적인 정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예상보다 FOMC 위원들의 발언이 ‘온순했던’ 것으로 확인되자 시장 분위기는 올해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현 경제 여건으로는 금리 못 올려

지난달 17일과 18일 이틀간 이어진 FOMC 회의에서 위원들은 찬성 9, 반대 1의 표결로 제로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금리 인상과 동결 주장이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동결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강했다. 이날 공개된 회의록에서도 물가보다는 경기안정을 강조하는 ‘비둘기파’ 성향의 목소리가 회의 분위기를 지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다수 위원이 “인플레이션 목표치(2%)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고 전했다.

위원들은 특히 중국의 경기 둔화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촉발시키고, 다른 경제권으로 전이되면서 전 세계 수요 부진과 미국 수출 감소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와 원유 등 상품가격 하락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했다. 일부 참석자는 “성급한 긴축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의 신뢰도를 저하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뉴욕증시, 급등세로 반전

[활력 못 찾는 글로벌 경제] '비둘기 성향' 다시 드러낸 Fed…미국 금리인상 내년에나?
이날 하락세로 출발한 뉴욕증시는 FOMC 회의록이 공개된 직후부터 급등세로 돌아섰다. 외신은 “투자자들이 중국발 글로벌 경기 둔화와 물가 하락을 우려하는 회의록 내용에 주목하면서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기준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해석했다”고 전했다.

대표적 비둘기파 위원인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고용시장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금리를 더 낮출 가능성에 여지가 있다”며 마이너스 금리까지 시사하며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다우지수는 138포인트 급등하며 17,050.75로 올라섰고, S&P500지수는 전날보다 17.6포인트 오른 2013.43을 기록했다. 두 지수 모두 50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다우지수는 17,000선, S&P500 지수는 2000선이라는 심리적 저항선도 넘어섰다. 나스닥지수도 19포인트 상승하며 4810.79로 마감, 약 20일 만에 4800 고지를 탈환했다.

○올해 안 인상 조건 충족할 것

FOMC 위원들은 금리 인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조건이 “이미 충족했거나, 올해 안으로 충족할 것”이라는 의견도 드러냈다.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단서를 단 것이다. 금리 인상을 둘러싼 위원 간 의견차도 드러났다.

일부 위원은 금리를 올린 이후에도 물가가 목표치(2%)를 밑돌 경우를 우려한 반면 또 다른 위원들은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의 동력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는 신호를 줄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날 연방기금 선물가격지수로 본 월가의 연내 금리 인상 확률은 10월의 경우 5%로 여전히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마지막 FOMC가 열리는 12월 인상 확률은 38%로 이전보다 소폭 높아졌다. 그러나 내년 1월(47%)과 3월(59%) 인상 확률보다는 여전히 낮았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