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덕에 국내 화장품의 수출이 늘자 보건복지부가 ‘화장품산업 육성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앞장서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그 이유로 지금도 화장품법이 있기는 하지만 안전성 기준 위주여서 산업 진흥에 관한 내용은 거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복지부는 산하에 화장품산업진흥원 신설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소식이 들리는 순간 겁부터 더럭 난다. 말이 육성법이요, 지원 기관 신설이지 정부가 잘나가는 산업을 되레 죽이지나 않을까 해서다.

복지부는 진흥을 하겠다지만 정작 업계가 요구하는 건 이와 다르다. 최근 한경이 후원한 화장품 관련 산업경쟁력포럼에서 나온 주장들이 그렇다. “그나마 규제가 적은 덕에 K뷰티 열풍이 가능했다. 하지만 화장품산업 규제가 약사법에서 출발한 만큼 의약품에 적용하는 규제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선진국에선 광고할 때 화장품 기능 등에 대해 다양한 표현을 쓸 수 있지만 국내에선 이를 과대광고라며 무작정 막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더구나 복지부의 진흥이라는 것이 그 속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 법을 제정하면 조직을 신설하고, 사람을 늘리고, 예산을 끌어오는 게 뻔한 수순이다. 산업 진흥이 아니라 ‘자기 조직’ 진흥이 되고 마는 것이다. 복지부는 독보적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라지만 정부 연구개발(R&D)이 아모레퍼시픽 R&D보다 낫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정부가 R&D 지원을 빌미로 기업에 이런저런 간섭을 해대고 줄 세우기를 시작하면 그건 진흥이 아니라 되레 규제가 되기 십상이다. 반도체산업이 지금처럼 성장한 것은 정부가 잘 몰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산업을 망치지나 말았으면 하는 게 화장품업계의 바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