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주 강세장에서 자금유출과 성과 부진에 시달렸던 대형주펀드들의 수익률이 급반등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형주들의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은 데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부담이 높은 중소형주를 처분한 투자자들이 대형주에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주부터 3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 대형 수출주 비중이 높은 펀드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스피 2000 재돌파…대형주펀드 들어갈까
○밸류에이션 격차 좁힌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다시 회복하면서 그동안 마이너스 수익률로 고전하던 국내주식형 펀드들의 수익률이 비교적 큰 폭으로 뛰어오르고 있다. 펀드 내 대형주를 60% 이상 편입하고 있는 주요 대형주 펀드가 한 달간 거둔 수익률은 6%(7일 기준) 수준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소형주펀드 평균 성과(4.95%)를 웃도는 수치다.

개별 펀드로는 지난 3년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던 ‘KB그로스포커스A’가 한 달 새 6.38%의 수익을 거둬 연초 이후 수익률(7일 기준)이 -0.92%까지 올라왔다. 이 펀드는 지난 8월28일까지만 해도 7%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주요 편입 종목들이 한 달간 반등하면서 수익률이 회복됐다는 게 KB 측 설명이다.

심효섭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부장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보다는 과도하게 벌어져 있던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밸류에이션 갭(차이)을 좁히는 장이 연출되면서 대형주들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주요 투자종목인 ‘트러스톤제갈공명’도 한 달간 6.43%의 수익률을 내면서 연초 이후 수익률을 5.44%까지 끌어올렸다.

○환율상승 수혜 펀드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연말까지는 중소형주펀드보다 대형주펀드들의 수익률 반등폭이 더 클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05년 이후 10년 동안 4분기의 대형주 지수 상승률은 중소형주 지수 대비 2%포인트가량 웃돌았다”며 “연말 쇼핑 시즌에 따른 수출주 강세, 배당투자 등으로 저평가 매력이 있는 대형주의 상승폭이 더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형주펀드 매니저들은 경기 회복에 따른 추세적 상승이 아닌 만큼, 일부 업종으로 상승흐름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를 운용하는 박현준 한국투자신탁운용 코어운용 부문장은 “3분기 실적에 원·달러 환율 상승효과가 나올 수 있는 전기·전자 자동차 등은 반등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펀드 수익률도 환율상승 수혜주를 얼마나 담고 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