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텐센트, 소셜커머스 손잡았다
중국 인터넷 업계의 양대 산맥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온·오프라인 연계(O2O) 비즈니스 분야에서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각각 투자한 중국의 대표 소셜커머스 업체 메이투안(美團)과 디앤핑(点評)이 전격 합병을 결정한 것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올초 미국 우버에 대항하기 위해 차량호출 앱(응용프로그램) 분야에서도 제휴한 바 있다. 두 회사의 이 같은 행보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중국 O2O 비즈니스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중국 인터넷 업계 최대 규모 합병

메이투안과 디앤핑은 8일 향후 두 회사의 합병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합병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왕싱 메이투안 CEO와 장타오 디앤핑 CEO가 공동으로 맡기로 했다. 양측은 그러나 구체적인 합병일자는 제시하지 않았다.

메이투안과 디앤핑은 최근 자금조달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각각 110억달러(약12조7000억원)와 40억달러(약 4조6000억원)로 평가됐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150억달러(약 17조4000억원) 규모의 거대 회사가 탄생한다. 제일재경일보는 “두 회사의 합병은 올해 중국 내 인터넷 분야에서 단행된 합병 중 최대 규모로 기록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0년 설립된 메이투안은 중국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5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1위 업체다. 알리바바는 현재 이 회사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2003년 설립된 디앤핑은 중국 1위 음식점 평가 앱으로, 텐센트가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자상거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에서 중국 시장을 평정한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최근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해왔다”며 “이번 합병으로 두 회사가 다시 한번 한 배를 타게 됐다”고 평가했다.

○O2O 분야 시장지배력 강화 포석

메이투안과 디앤핑은 애초 사업 출발점은 달랐지만 오프라인 업체와 스마트폰 앱을 연계한 O2O 비즈니스가 중국에서 급팽창하면서 라이벌 관계가 됐다. 두 회사는 음식점 호텔 영화관 등과 손잡고 경쟁적으로 할인상품을 출시하면서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펼쳤다. 베이징의 컨설팅업체 아이리서치의 왕웨이둥 애널리스트는 “이번 합병으로 두 회사가 소셜커머스 분야에서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됐다”며 “각종 할인경쟁에 쏟아붓는 비용을 줄이고, 현행 2~5%대인 중개 수수료를 5~7%대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각각 투자한 차량호출 앱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를 지난 2월 전격 합병해 적잖은 재미를 봤다. 합병 당시 두 회사의 가치는 총 60억달러였는데, 합병으로 시장 점유율 90%가 넘는 거대기업이 탄생하면서 기업가치가 160억달러로 높아졌다.

메이투안과 디앤핑이 합병하면 중국 소셜커머스 시장은 알리바바·텐센트 연합군과 바이두의 양자 경쟁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바이두는 앞으로 3년간 자회사 소셜커머스업체 누오미에 32억달러를 투자해 O2O 비즈니스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6월 발표했다.

중국 인터넷 업계에서 라이벌 기업끼리 합병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유쿠와 투더우가 합병했고, 올 4월에는 ‘중국판 벼룩시장’으로 불리는 생활정보 사이트 58닷컴과 간지닷컴이 합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O2O비즈니스 시장이 상위 업체 간 합병을 통해 경쟁자를 고사시키는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