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실에 빠진 조선사를 제때 정리하지 않고 금융 지원만 반복하는 사이 해당 조선사의 경영진과 노조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가 다시 어려움에 빠지더라도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 탓에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게을리한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임금협상안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대우조선은 지난 2분기에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으로부터 최소 1조원 이상의 자금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노사는 지난달 벌인 임금협상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격려금 지급에 합의했다. 기본급은 동결했지만, 직원 1명당 약 9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직원 1인당 기준임금(평균 약 210만원)의 250%와 각종 격려금 230만원, 회사주식 150주를 지급하는 내용을 합친 것이다.

기본급을 0.5% 인상하고 1인당 약 5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삼성중공업보다 더 많은 격려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 측에 “최소한 대우조선만큼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회사의 피인수를 막는 사례도 있었다.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노조의 반대로 실사조차 하지 못했다. 한 조선사 임원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았던 한진중공업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순환휴직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했는데, 대우조선의 구조조정 강도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