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적자' 현대중공업에 STX 맡으라는 정부
정부가 현대중공업에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중인 STX조선해양을 맡아 경영(위탁경영)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공동관리 중인 성동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 지원을 삼성중공업에 맡긴 데 이은 조치다. 부실 중소 조선회사를 대형 조선회사에 떠넘기는 식의 구조조정은 가뜩이나 어려운 조선업계를 공멸의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현대중공업에 STX조선 경영을 맡아줄 것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STX조선 경영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대우조선이 2분기에 3조원대 적자를 기록하자 현대중공업에 위탁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현대중공업이 STX조선의 경영을 맡으면 선박 수주 등 영업활동과 자금 조달 등 재무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현대중공업마저 동반 부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학계와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실 조선사의 경영을 대형 조선사에 맡긴다고 해도 살아나기 쉽지 않다”며 “부실 조선사를 살릴 부분과 포기할 부분으로 나눠서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조선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조선업계의 구조적 불황은 한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협의체에서 조선업종 구조조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