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 기간(9월26~29일) 20~30대 젊은 층은 미용과 여행에 돈을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준비생이 밀집한 서울 신림동, 노량진 등의 지역에서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취업 공부에 몰두한 사람이 많았다. 추석 연휴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성형, 여행, 취업준비 등 ‘나홀로 시간 보내기’를 선택한 젊은 층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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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피부과 이용금액 급증

7일 비씨카드 빅데이터컨설팅팀에 따르면 올 추석 연휴 기간 성형외과·피부과에서 비씨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하루 평균 15억8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추석 연휴(9월6~10일)의 하루 평균 카드 승인액 10억5000만원보다 50.4% 증가한 수치다. 건당 이용금액도 지난해 9만8000원에서 올해 15만2000원으로 55.1% 늘었다.

추석 연휴 전체를 보면 작년보다 올해 의료·건강업종에서 결제금액이 3.7% 증가했고, 이 중 성형외과·피부과는 20.5% 늘었다. 작년에 비해 올해 연휴가 하루 짧았던 영향으로 다른 업종에서는 모두 카드 승인금액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 성형외과·피부과 이용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비씨카드의 빅데이터 기반 고객 분류 체계인 ‘프리즘 3.0’에 따르면 자차를 소유한 고소득 싱글 남성 직장인 그룹(프린스 차밍, prince charming)에서 성형외과·피부과 승인금액이 전년 1440만원에서 올해 5800만원으로 30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글 여성 직장인 그룹에선 전년 대비 266.1% 늘었고, 20~30대 저소득 1인가구층에서도 80.6% 증가했다.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른바 ‘그루밍족’ 남성들이 추석 연휴를 이용해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찾았다는 설명이다. 그루밍족은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키는 데서 유래한 신조어로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가리킨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그루밍족 외에도 무직 여성과 대학생들이 성형외과를 많이 찾은 것은 취업 등을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직장인은 여행, 취준생은 ‘방콕’

추석 연휴에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신(新)명절 풍속도다. 20~30대 젊은 층에서 해외여행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씨카드가 추석 연휴 기간 해외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한 고객을 분석한 결과 25~34세 여성이 1만4934명으로 전체의 18.2%에 달했다.

30~34세 남성 7537명(9.2%), 35~39세 남성 6977명(8.5%)도 명절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씨(29·여)는 “친지들을 만나면 결혼은 언제 하느냐는 질문에 이골이 날 지경”이라며 “비슷한 처지에 있는 직장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캐나다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20~30대 직장인이 ‘명절 잔소리’를 피해 해외여행을 가는 동안 고시학원 등이 밀집한 신림동, 노량진 등에서는 ‘나홀로 추석 보내기’를 택한 취업준비생이 많았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