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세계 최대 자동차용 반도체업체 프리스케일과 자율주행차의 핵심부품인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을 공동 개발한다. ADAS는 무인차의 ‘눈’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자동차 부품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폭스바겐 타타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의 공급 계약을 이끌어낸 데 이어, 미래형 자동차 부품 부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이 찜한 미래차 부품 '질주'…LG전자, 자율주행차 '눈' 만든다
○무인주행차 ‘눈’과 ‘두뇌’의 만남

LG전자는 미국 프리스케일과 ADAS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7일 발표했다.

ADAS는 주행 중 운전자가 발견하지 못한 장애물을 자동으로 인식해 차량을 바로 멈추게 하는 부품이다. 또 차량이 주행차로를 이탈하면 경고음을 울린다. 속도제한 표시도 자동으로 인식해 차량이 제한 속도를 넘지 않도록 돕는다. 도로 위에 ‘70’이라고 써 있으면 이를 인식하고 차가 시속 70㎞ 이상으로 달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업계는 LG전자와 프리스케일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가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G전자는 소형 카메라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LG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이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프리스케일은 카메라가 취합한 영상을 분석하는 기능이 있는 반도체를 제조한다. LG가 ‘눈’을 만드는 기술이 있다면 프리스케일은 눈에서 본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하는 ‘뇌’를 만드는 셈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독일 벤츠와도 차세대 무인차에 적용할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는 MOU를 맺었다. 벤츠는 보행자 충돌 경고나 교차로 충돌 방지 기능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 가운데 무인차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가 벤츠를 위한 제품을 개발하던 중 관련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프리스케일에 협업을 제시했고, 프리스케일도 LG의 기술을 높게 평가해 MOU가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이우종 LG전자 VC(자동차부품)사업본부장(사장)은 “LG전자는 미래형 자동차가 요구하는 전장부품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며 “프리스케일은 LG전자가 자율주행차 부품 개발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완벽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LG의 자동차 부품사업 급성장

LG전자의 자동차 부품사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3년 자동차 설계·엔지니어링 회사인 V-ENS를 인수해 시작한 지 2년밖에 안 됐지만 벌써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자동차용 통신모듈의 일종인 텔레매틱스 분야에서는 세계 1위를 달성했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LG화학의 2차전지 등 계열사 역량을 활용한 사업 확장 가능성도 크다. 타타 폭스바겐 GM 등 굵직한 거래처도 확보했다. 자동차 부품사업은 보통 차량 개발 초기에 공급 계약을 맺고, 실질적인 매출은 개발이 완료된 4~5년 뒤에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LG전자의 자동차 부품 매출 비중이 현재 1%대에서 2020년에 10%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의 수주잔액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