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그룹이 리콜 계획을 발표하면서 차량 보유자들의 관심은 연비에 쏠리고 있다. 리콜에 따라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면 연비 저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강화된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에 맞춰 나온 차량들은 유로5 모델에 비해 대부분 연비가 떨어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배출가스 저감과 연비 유지를 동시에 충족시키지 못하면 폭스바겐이 대규모 소송에 휘말릴 것”으로 내다봤다.
'배출가스 조작' 폭스바겐, 리콜 땐 연비 10% 이상 떨어질 듯
○배출가스 줄이자 연비 ‘뚝’

7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폭스바겐 골프 1.6 TDI의 연비는 지난 7월1일자로 L당 18.9㎞에서 16.1㎞로 14.8% 내려갔다. 9월 유로6 시행에 앞서 엔진 등을 교체하고 질소산화물 2차 저감장치(LNT)를 달면서 연비가 떨어진 것이다. 국내에 판매된 폭스바겐 유로5 차량에는 LNT가 장착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NT는 촉매를 활용해 질소산화물(NOx)을 필터에 모은 뒤 한번에 태워 질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장치다. 요소수를 활용해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장치인 선택적 촉매 환원장치(SCR)보다 저렴하고 공간도 적게 차지해 2L 이하 차량에 주로 쓰인다.

유럽은 2013년부터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량을 0.18g/㎞에서 0.08g/㎞로 줄이는 유로6를 적용했고, 미국은 그보다 앞선 2009년부터 NOx 배출 허용량을 0.043g/㎞로 줄인 자체 기준(BIN5)을 쓰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골프, 티구안 등 대표 차량에 LNT를 장착했다. 그러나 LNT는 질소산화물을 태울 때 연료를 소모하기 때문에 연비가 떨어지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폭스바겐은 실험실이 아닌 실제 주행에선 LNT 등 저감장치 작동을 중지하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미국 당국과 소비자들을 속이다 이번에 적발됐다.

국내에서도 유로6 기준에 맞춰 LNT를 장착한 차량들은 대부분 연비가 떨어졌다. CC 2.0 TDI는 L당 18.9㎞에서 16.1㎞로 13.5%, 골프 2.0 TDI는 16.7㎞에서 15.5㎞로 7.2% 내려갔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조작 소프트웨어가 장착됐다고 밝힌 28개 차종 12만여대 중 유로6 모델이 나온 17개 차종이 연비가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에너지공단은 1년에 1만5000㎞를 주행한다고 할 때 연비가 14.8% 떨어진 골프 1.6 TDI의 연간 유류비는 99만원에서 117만원으로 18만원(18.1%)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했다.

○“현금 보상이 현실적”

폭스바겐그룹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마티아스 뮐러는 “배출가스 조작 차량에 대한 리콜과 수리를 내년 1월에 시작해 연말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본사 일정에 따라 리콜을 진행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폭스바겐으로부터 리콜계획을 받은 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연비와 출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연비를 유지하면서 배출가스 조작을 시정하는 방안을 찾거나, 소비자에게 현금으로 보상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LNT 방식으로는 연비 저하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효과가 큰 SCR을 장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SCR 설치 시 대당 5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요소수 탱크를 달아야 해 트렁크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폭스바겐이 연비 저하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