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이 유럽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미국에 있는 서버로 보낼 수 없게 됐다. 미국 정보기관이 유럽에서 광범위한 정보수집 활동을 펼쳤다는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2013년 폭로의 후폭풍이 미국 산업계로 번진 것이다.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유럽과 미국 사이의 정보공유협정인 ‘세이프 하버’가 무효라고 6일(현지시간) 판결했다. 개인정보의 해외 반출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EU는 2000년 미국과 세이프 하버를 맺고 일정 조건을 준수하는 경우 미국으로의 개인정보 전송을 허용했다.

하지만 스노든의 폭로로 미 정보기관의 스파이 활동에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인터넷 기업들의 서버에 저장된 정보가 악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이프 하버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 이용자인 오스트리아 법대생 막스 슈렘스가 작년 ECJ에 소송을 내면서 이번 판결이 나왔다. 그가 2011년 페이스북에 요청해 받은 CD에는 회원 가입 후 3년간 친구를 맺고 끊은 내역부터 삭제된 메시지를 포함한 모든 개인 메시지, 그가 참석한 모든 이벤트까지 세세한 개인정보가 1200쪽에 달하는 문서로 담겨 있었다. 페이스북의 유럽 개인정보호법 위반 실태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한 슈렘스는 그해 페이스북 유럽 본부가 있는 아일랜드 정보보호위원회에 페이스북을 제소했고, 이어 오스트리아법원과 ECJ로 전선을 확대했다.

ECJ의 판결로 당장 미국 기업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인터넷 기업뿐 아니라 포드 나이키 켈로그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4400여개 기업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고객 정보는 물론 유럽 직원의 정보도 미국으로 보낼 수 없게 돼 업무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대서양의 정보 흐름이 막히면서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이 수천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