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이 지난 6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진행한 ‘리허설룸 콘서트’.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지난 6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진행한 ‘리허설룸 콘서트’.
“스트링(현악) 파트가 크레센도(점점 세게)를 너무 강하게 표현하면 다른 파트의 음을 덮어버려서 조화를 깨게 돼요. 지나치게 하지 말고 연결을 생각해 주세요. 다시 한번 갈게요.”

지난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별관 5층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 최수열 부지휘자의 지시에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셈, 여림을 조정했다. 음량이 전체적으로 한결 조화로워진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서곡’ 선율이 연습실에 가득 흘렀다. 8일 서울 수유동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시민공연 ‘우리동네 음악회’를 앞둔 서울시향의 막바지 리허설 현장이다.

단원들은 청바지 차림에 편한 신발을 신고 연습에 몰두했다. 의자 밑에 커피를 놓아 두고 연주하는 중간에 마시기도 했다. 평소 연습 장면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금관악기 연주자 뒤와 현악기 연주자 옆에 놓인 40개의 의자에 ‘관객’이 앉아 있었다는 것. 리허설이자 콘서트인 서울시향의 ‘리허설룸 콘서트’였다.

서울시향은 본 공연을 앞둔 오케스트라의 막바지 연습 과정을 연습공간에서 지켜볼 수 있는 ‘리허설룸 콘서트’를 올해 처음 마련했다. 지난 6월 첫 공연 때는 60석, 두 번째 공연인 이날은 40석을 준비했다. 연습실 공간과 오케스트라 편성 규모를 고려해 소규모의 객석만 마련하는데 좌석 판매 시작 하루 만에 매진됐다. 1만원이라는 싼 가격에 일반 연주회보다 가까이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데다 생생한 연습 장면을 볼 수 있어서다. 이날은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서곡’과 함께 라벨의 ‘볼레로’ 연습 장면이 공개됐다.

관객과 가장 가까운 연주자와의 거리는 1~2m에 불과했다. 하프 연주자가 줄을 뜯을 때 손등에 솟아오르는 힘줄, 바이올린 연주자가 격렬하게 활을 놀릴 때 옷자락이 접히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본 공연에선 등만 보이는 지휘자의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이었다. 최 부지휘자는 시선과 손짓을 적절히 섞어가며 지휘했다. 그가 “여기는 칼싸움하는 장면인데 대결이 너무 뻔한 느낌”이라며 싸움을 지루하게 벌이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하자 단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리허설 현장은 본래 음악 전공 학생에게만 개방하던 자리다. 서울시향이 창단 70년 만에 연습 장면을 공개한 것은 결과물뿐 아니라 하모니가 이뤄지는 과정을 관객과 공유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관객은 싼 비용으로 양질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평소 오케스트라의 ‘속살’이 궁금하던 이들에게도 좋은 기회다. 최 부지휘자는 “오케스트라 연습은 우리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공연장에서 결과물만 감상하던 관객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들도 공개 리허설 프로그램을 운영해 호평받고 있다. 뉴욕 필하모닉은 공연 당일 오전 연습 장면을 볼 수 있는 ‘오픈 리허설’ 프로그램을, 보스턴 심포니는 일반 관객 대상의 ‘오픈 리허설’과 학생 대상의 ‘하이스쿨 오픈 리허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관람료는 10~30달러(약 1만1500~3만4500원)로 저렴하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