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주’가 돌아왔다.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9% 가까이 껑충 뛰었다. 시가총액 184조원 규모의 ‘거인’이 도약한 덕분에 코스피지수도 두 달 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3분기(7~9월)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주식시장의 무게중심이 영업이익 개선이 뚜렷한 대형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의 힘! 빨갛게 물든 대형주
○돌아온 ‘맏형’의 힘

7일 코스피지수는 15.19포인트(0.51%) 오른 2005.84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안착한 것은 지난 8월10일(2003.17)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상승장의 주역은 단연 삼성전자였다. 이날 삼성전자는 8.69% 급등한 125만1000원을 기록했다. 2009년 1월28일(10.52%) 이후 6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었다. 주가도 7월30일(121만5000원) 이후 46거래일 만에 최고가로 치솟았다. 3분기에 시장 기대치(증권사 추정 영업이익 평균 6조5699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7조3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덕이 컸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946억원어치 순매수했고, 기관도 86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외국인 순매수액(887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기관 전체 순매수액(888억원)에 맞먹는 자금이 삼성전자 한 종목에 쏠렸다.

‘삼성전자 효과’에 힘입어 올 들어 약세를 면치 못했던 대형 수출주의 실적개선 기대도 덩달아 높아졌다. 대형주의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현대자동차(1.58%)와 삼성물산(4.64%), 포스코(1.18%), LG전자(3.35%), 현대중공업(3.37%) 등이 동반 상승했다.

반면 제약·바이오주를 주축으로 한 중소형주는 대형주의 선전에 뒤로 밀려났다. 주식시장 자금이 대형주에 쏠린 영향이 컸다. 한미사이언스(-7.63%)와 일양약품(-7.62%), JW중외제약(-6.70%), 한미약품(-5.91%), 메디톡스(-4.52%), 바이로메드(-7.22%) 등 주요 제약·바이오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의약품지수는 4.31% 하락했고, 의료정밀지수는 2.77% 떨어졌다. 중소형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지수는 9.23포인트(1.34%) 떨어진 679.83에 머물렀다.

○대형주 ‘동반 회춘’하나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주요 대형주도 실적 개선 행렬에 동참할지에 쏠리고 있다. 수년간 이익 성장률이 마이너스에 머물렀던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돌아서면 미국 금리 인상 연기에 따른 ‘일시적 안도랠리’에서 ‘추세적 상승장’으로 주식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삼성전자가 시장에 ‘대형주가 안정적인 실적을 내놓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 금리 인상 불확실성 등으로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크게 완화됐다”며 “주요 대형주가 시장 기대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 실적을 내놓는다면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크게 뚫고 올라갈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증권사들이 대형주를 바라보는 시각도 ‘장밋빛’으로 변하고 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이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3분기 실적 추정치(컨센서스)를 분석한 결과 주요 대형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자동차는 3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4.71% 많은 5933억원, 4분기엔 31.06% 증가한 6561억원을 거둘 것으로 증권사들은 예상했다.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83% 많은 5034억원으로 추정됐다.

김동욱/심은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