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추진하는 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 회장 "중기가 앞장서 남북경협…북한 개발 아이디어 넘친다”
지난 몇 달간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에 대한 험담과 루머가 돌아다녔다. “하는 일이 없다, 뭘 하려는지도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회장직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를 퍼뜨리는 이들도 있었다. 역대 중앙회장 선거 후에는 어김없이 그랬다. 박성택 회장은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최근 그의 발목을 잡았던 선거법 위반 문제가 사실상 해결됐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박 회장이 위반했다고 고발한 것에 대해 법원이 중앙회장 선거법 자체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결론낸 것이다. 그는 중앙회의 미래, 남북경협 확대의 필요성, 정부 지원과 복지의 문제점 등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쏟아냈다.

▷임기 내 꼭 하고 싶은 일이 뭡니까.

“중소기업 중심 경제체제를 구축하는 것 외에 또 하나 목표가 생겼어요. 자립입니다. 중소기업의 대표단체인 중기중앙회를 정부지원 없이 홀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중소기업 MRO(기업소모성자재 구매대행)사업 등을 통해 자립기반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MRO는 6개월 내에 출범시킬 수 있습니다. 중앙회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협동조합도 자립할 수 있게 할 겁니다. 중소기업 중심 경제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결국 중소기업 스스로 할 일이니까요.”

▷자립이 간단치 않을 듯합니다.

“우리 경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당장은 중소기업과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부보조가 계속되면 그건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고 봅니다. 지원, 복지 이런 것들은 생태계에서 자생력을 잃게 하기 때문입니다. 키위로 유명한 제스프리도 협동조합인데, 정부지원이 끊기면서 스스로 생존을 위해 노력해 세계적 기업이 됐어요. 인식을 바꾸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재정을 확충할 또 다른 방안은 있습니까.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신뢰도가 낮아 수출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회가 ‘메이드 인 코리아’ 인증을 해주는 사업도 하려고 합니다. 이미 정부가 인증기관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해왔어요. 중앙회가

증을 서는 셈입니다. 한국산의 위상이 높아져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짝퉁’과 경쟁하는 데도 유리할 겁니다. 강력한 중소기업 공동브랜드도 선보이려고 합니다. 브랜드, 특허, 상표권 등 중소기업이 지닌 무형자산을 하나로 합쳐 글로벌 판로를 개척하자는 것이지요.”

▷회장 판공비를 반납한 것도 독립과 관련이 있나요.

[방북 추진하는 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 회장 "중기가 앞장서 남북경협…북한 개발 아이디어 넘친다”
“중앙회장이 되고 보니 쓸 수 있는 돈이 상당하더라고요. 나부터 내려놓아야 자립에 대한 메시지를 분명히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협동조합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자적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밀고 나아가야 자생력이 키워집니다. 과거 협동조합은 약자에 대한 부조개념이었지만 지금은 (협동조합의) 핵심 경쟁력은 네트워크이고 커뮤니티입니다. 즉 최고의 자산인 셈이지요. 이것을 활용해야 합니다.”

▷하반기 중점사업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꼽은 이유는 뭡니까.

“저는 비즈니스맨입니다. 사업적 측면에서만 보면 한국은 지금 섬나라와 같은 처지라고 봐요. 대륙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기회 측면에서 보면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이 인접해있습니다. 북한을 통해 비즈니스 지도를 연결하면 중국을 내수시장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풍부한 자원과 저임금 노동력이 갖춰져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북한을 아직 쓰지 않은 자원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SWOT(강점 약점 기회 위험) 분석을 해보면 낙관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남북협력이 중소기업들이 할 수 있는 일인가요.

“경제협력이나 통일과 관련된 마스터 플랜을 세우는 조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정답도 없어요. 중앙회 중심으로 북한 개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면 그것이 표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40만개의 중소기업 머릿속에는 북한을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들어 있습니다. 경공업과 농업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하는 북한경제의 상황을 봐도 경제협력은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북한개발에 대한 전략이 있는지.

“개성공단은 대외 무역기지로 확대 육성해야 합니다. 제2공단이 생기면 그곳은 북한 경제회복을 위한 중심지가 돼야 합니다. 농업과 공업을 동시에 육성해 북한 경제 회복의 전진기지로 삼는 거죠. 하지만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외풍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중국과의 외교적 분쟁 등으로 경제활동이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해주, 신의주 등 서쪽이 나진선봉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경제의 미래가 어둡다고들 하는데 생각이 다른 듯합니다.

“21세기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성입니다. 제품 가격과 품질이 비슷해져 그때그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원칙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함과 변화능력이 있습니다. 대응탄력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매뉴얼에 얽매이는 일본보다 낫다고 봅니다.

고령화도 문제라고만 바라볼 게 아닙니다. 60대 이상 사람들도 카톡을 하고 정보기술(IT)기기에 익숙합니다. 경험 많은 IT 인구가 늘어난다고 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합니다.”

▷중앙회장이 되려고 결심한 계기는.

“저는 대기업에도 다녀봤고, 사업도 해봤습니다. 성공했다는 말도 들었고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혼자만 잘사는 게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처음 사회적 고민을 시작한 거죠. 사회공헌도 하고 있지만 배려하고 돕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았어요.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앙회는 국회나 정부 못지않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결심했습니다. 상징적인 권력보다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이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거죠.”

▷사업 성공의 비결을 알려주십시오.

“오너들은 변덕쟁이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 좋은 가능성이 보이면 바로 항로를 바꿀 줄 알기 때문입니다.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고 치열하게 계산적으로 사고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중앙회 조직도 변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지금 조직은 인센티브가 없어 공무원 조직과 비슷합니다. 직원들에게 일할 동기를 부여하려고 합니다. 같은 직급이라도 급여를 차별화해 최선을 다해 일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겁니다. 열심히 하는 사람과 대충 눈치 보며 사는 사람을 똑같이 대우해주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일 열심히 하면 오히려 욕먹는 문화는 바꿔야 합니다. 회장이 말해도 ‘안 됩니다’고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박성택 회장은…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당선되기 몇 달 전인 작년 9월 언론과 처음 인터뷰했다. 무명의 중앙회장 후보였으며,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자격이었다. 그는 “성공한 기업인은 국가로부터 많은 것을 받은 만큼 이를 돌려줘야 한다. 청년들에게 기회와 꿈을 줘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는 경기 안성시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야간중학교를 다녔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LG그룹에 입사해 과장까지 했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골재, 레미콘, 아스콘을 공급하는 산하물산(현 산하)을 창업했다. 이 회사는 현재 자산 500억원대로 성장했다. 박 회장은 “꿈과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성공담을 청년들이 다시 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용준/이현동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