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국내 폭스바겐 소송 맡은 하종선 변호사 "원고인단 100명 넘을 것"
배기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 디젤 차량을 상대로 국내에서 민사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하종선 변호사(사진). 그는 지난 5일 서울 대치동 법무법인 바른 본사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는 동안에도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당초 2명이던 소송인원도 38명으로 불어나 6일에는 ‘매매계약 취소 및 매매대금 반환청구’ 2차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원고 중 29명은 차량을 구입한 경우이고, 9명은 장기 렌트(리스) 차주다. 3000만원씩 손해배상을 예비적으로 청구했다.

하 변호사는 “13일 3차 소송을 제기하고 이후에도 매주 한 차례씩 추가 소송을 내겠다”며 “원고인단이 모두 100명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재계에서는 제조물 책임과 기업 인수합병(M&A), 국제소송 분야 베테랑 변호사로 잘 알려져 있다. 2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탑승객들을 대리해 미국 연방정부와 보잉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과 합의 절차 등을 진행 중이다.

1997년에는 KAL기 괌 추락사고 피해자들을 대리했다. 탤런트 김수미 씨의 BMW 급발진 사고를 대리하는 등 차량 급발진 문제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세미나를 열고 책도 여러 권 썼다.

이런 일련의 소송은 그의 특이한 이력과 무관치 않다. 하 변호사는 “판검사에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고 국제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인복, 고영한 대법관 등과 함께 사법연수원 11기 출신인 그는 연수원 수료 후 곧장 미국으로 건너가 UCLA 로스쿨을 다녔다.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에는 귀국하지 않고 현지 변호사들과 로펌을 세워 4년간 미국 변호사 생활을 경험했다. 1986년 한국에 돌아와서는 현대자동차 법무실장과 상임법률고문을 맡으면서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미국 등에서 제기한 제조물 책임 소송 등에 맞섰다. 2004년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 2008년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에 임명돼 최고경영자(CEO)로도 활동했다.

하 변호사는 형사피고인 신분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적도 있다.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 시절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측 변호사로서 외환은행 인수자격 문제를 도와준 것이 화근이 돼 불법 로비스트로 몰려 배임죄 등으로 기소됐다. 하 변호사는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했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경기고, 서울대 동기 사이여서 의혹이 더 커졌다. 결국 무죄로 풀려났지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 변호사는 폭스바겐 소송과 관련, “도로 상태 등 외적인 요소에 많이 좌우되는 연비 소송과 달리 이번 건은 차량 자체의 문제이고 해외 법정에서도 진행되기 때문에 승소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