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저개발국가에서 유행하는 기생충 감염 원인을 밝혀내고 말라리아 치료법을 개발한 의학자에게 돌아갔다. 에볼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으로 저개발국가 풍토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노벨위원회가 세계 의학계에 이들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는 평가다.

투유유
투유유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아일랜드 출신 미국인 윌리엄 캠벨 미국 뉴저지주 매디슨 드루대 교수(85), 오무라 사토시 일본 기타사토대 교수(80), 투유유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85) 등 세 명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출신 연구자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유유 교수는 역대 12번째 노벨생리의학상 여성 수상자다.

○저개발국가 기생충 치료법 개발

노벨위원회는 “올해 수상자들은 파괴적 기생충 관련 질병의 치료법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매년 수백만명에게 영향을 끼치는 질병에 맞설 새롭고 강력한 수단을 인류에게 제공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오무라 사토시
오무라 사토시
캠벨 교수와 오무라 교수는 아버멕틴이라는 약물을 발견해 기생충을 통해 생길 수 있는 림프부종과 실명의 위협을 벗어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무라 교수는 기생충병 치료에 도움되는 후보 박테리아를 발견했고 캠벨 교수는 그중 효과적인 것을 뽑아 약제를 개발했다. 투유유 교수는 중국과 한국 등에서 쓰는 개똥쑥에서 ‘아르테미시닌’이라는 성분을 발견, 이 성분이 말라리아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이를 통해 개발한 약제는 열대성 말라리아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생충 감염질환은 방역이나 위생상태 관리가 쉽지 않은 저개발국가 사람들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해왔다”며 “이들의 노력으로 이 같은 위험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동북아 3국 중 한국만 수상 못해

의료계에서는 노벨위원회가 소외 분야인 기생충 연구에 상을 준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용태순 연세대 의대 환경의생물학교실 교수는 “기생충 병은 열대질환”이라며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발병하고 선진국에 별로 없기 때문에 걸린 사람에게도, 연구하는 사람에게도, 치료 약제를 개발하려는 사람에게도 주의가 집중되지 않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올해 수상자 세 명의 국적은 미국, 일본, 중국이다. 한·중·일 3개국 중 과학기술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내지 못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수상자들의 상금은 800만크로나(약 11억2000만원)다. 기생충 감염에 대한 발견으로 공동수상한 캠벨 교수와 오무라 교수가 절반을 나눠갖는다. 말라리아 치료약물을 개발한 투유유 교수가 나머지 절반을 갖는다.

이날 노벨생리의학상은 올해 노벨상 가운데 가장 먼저 발표됐다. 노벨생리의학상에 이어 물리학상(6일), 화학상(7일), 평화상(9일), 경제학상(12일)이 차례로 발표된다. 문학상 발표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8일 정도로 예상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