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 합법화되나] '입법 컨설팅'하는 대형 로펌…국회 창구도 없는 중소기업
A씨의 진가가 드러나는 건 국회의 각 상임위원회에 소속된 입법조사관들이 법률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할 때다. 상임위의 법안 심사 때 첨부되는 검토보고서에는 법안 통과가 적절한지 아닌지에 대한 의견이 담겨 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의원들이 개별 법률을 다 알 수 없다보니 검토보고서에 나와 있는 방향에 맞춰 의결권을 행사할 때가 많다”며 “전직 국회 공무원들은 이 같은 검토보고서 작성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귀띔했다. 해당 로펌에서는 A씨와 같은 활동을 ‘입법 컨설팅’으로 부른다.
한국에서 합법적인 로비스트 활동은 아직 불가능하지만 국회에서는 이 같은 음성적인 로비스트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A씨처럼 대형 로펌에서 활동하는 국회 고위직 출신이 세 명 이상”이라며 “국회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전관예우 규제나 관련 직무 취직제한 등도 없다보니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자신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부탁을 받고 법안을 발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 재선 의원 보좌관은 “법안 발의가 꼭 통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보니 의원도 별다른 죄책감 없이 생색내기용으로 법안 발의에 나서기도 한다”며 “반면 의원들과 평소 친분을 쌓지 못한 압력단체나 기업은 입법 과정 자체에 접근할 수 없어 그만큼 불이익을 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보좌관이나 행정부 공무원이 주요 이익단체나 대기업으로 이직해 입법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법안 처리 과정에 소속 단체의 입장을 설명하기도 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그나마 규모가 큰 단체나 기업은 국회 담당 직원을 따로 둘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창구조차 없다”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