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여한 미국 일본 등 12개 국가들이 5일 타결을 선언하면서 한국 통상당국의 실기(失機)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힘을 쓴 나머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전 세계의 36.8%에 달하는 시장 선점의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한국은 2013년 11월 TPP에 관심을 표명했지만 아직 가입 선언도 하지 못한 상태다.
[TPP 전격 타결] 'TPP 경제권' 한국 교역의 3분의 1인데…일본에 선수 뺏겨
산업통상자원부는 TPP 타결 소식이 전해진 이날 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최대 경제통합체이자 높은 수준의 새로운 글로벌 통상규범이 될 TPP 타결을 환영한다”며 “TPP가 향후 역내 무역·투자 자유화를 통한 지역경제 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TPP 협정문이 공개되면 면밀히 살펴보고 분석해 이해득실을 따진 뒤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입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과 TPP 참여국 간 교역 비중은 전체의 32%에 달해 최대 교역국인 중국(26.1%)을 앞선다. 정부가 용역을 준 TPP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TPP에 참여할 경우 다른 참가국에 비해 조선 화학 전기전자 철강 자동차 등의 업종에서 비교우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두 수출 주력 품목이다.

하지만 한국이 TPP에서 빠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부품 등 연관산업이 큰 자동차는 미국 등에서 일본에 시장을 잠식당할 우려가 크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미국 내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내년 1월부터 0%가 되지만, 일본 역시 TPP 발효로 무관세를 적용받아 가격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이 뒤늦게 TPP 가입을 선언해도 거쳐야 할 절차가 남아 있다. TPP 참여국들은 원칙 타결 선언 이후에도 협정문과 양허안을 놓고 다시 국가 간 세부 협상에 들어간다. 세부 협상이 끝나면 완전 타결을 선언하고, 각국 의회 승인 후 한 달 이내에 TPP 협정문이 공개된다.

추가 가입국에 대한 규정은 TPP 협정문에 적힐 예정인데, 정부는 TPP 협정문을 분석한 뒤에야 가입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가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공청회 등 국민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고 12개 회원국과 각각 개별 협상을 해야 한다. 이후 모든 조건이 충족됐을 경우에야 한국 정부는 TPP 가입 선언을 할 수 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