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창조경북 주니어포럼’ 회원들이 5일 도청 회의실에서 가면을 쓰고 연 비간부회의에서 소신발언을 하고 있다. 경상북도 제공
경상북도 ‘창조경북 주니어포럼’ 회원들이 5일 도청 회의실에서 가면을 쓰고 연 비간부회의에서 소신발언을 하고 있다. 경상북도 제공
“동료나 민원인이 있는데 상사가 서류를 던지고 막말을 합니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입니까. 아랫사람들에게 못하는 그 선배공무원이 승진해서 고위직에 가는 모습에 실망했습니다. 경상북도에도 경청과 배려가 필요합니다.”(캡틴 아메리카)

“복도통신이 난무합니다. 올바른 소통 및 발언할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간부회의도 오늘처럼 생방송해주세요.”(검은고양이 네로)

경상북도 본청 소속 7급 이하 직원(40세 이하) 80여명으로 구성된 ‘창조경북 주니어포럼’ 회원들은 5일 도청 회의실에서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계급 없는 토론회인 ‘비간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토론 참석자 모두 개성있는 가면을 쓰고 닉네임으로 참가해 누가 누군지 모르도록 했다. 최근 인기 TV프로그램 ‘복면가왕’을 본뜬 것이다. 회의 현장은 고위간부부터 하위직원까지 모두 지켜볼 수 있도록 청내 TV를 통해 생방송했다.

토론회 주제는 ‘행복한 일터를 위한 경상북도의 깨알 시책은’, 부제는 ‘경상북도 조직문화 이대로 괜찮은가’였다. 계급장을 뗀 젊은 직원들이 1일 간부가 돼 토론하고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닉네임 헐크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떳떳이 말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한 뒤 예정에 없이 가면을 벗는 바람에 직원들이 놀라기도 했다.

송호준 경상북도 인재개발정책관실 사무관은 “포럼에서 이런 회의를 하자고 했을 때 위에서 받아줄지 걱정했는데 김관용 지사가 흔쾌히 허락했다”며 “내년 도청 이전을 앞두고 공직사회가 조직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송을 시청한 한 간부 공무원은 “딱딱하고 계급적 성향이 강한 공직사회에서 젊은 직원들이, 그것도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선배들이 하지 못한 일을 후배들이 하고 있는데 나부터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후배를 챙기겠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