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선거구획정위 "시·군·구 분할도 검토…농어촌 통폐합 최소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년 4월 20대 총선에 적용할 지역 선거구 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치구·시·군 분할 금지’ 원칙의 예외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농어촌 지역구 감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는 특정 시·군·구의 일부를 다른 시·군·구에 붙여 하나의 선거구를 구성하겠다는 것으로 ‘게리맨더링(특정 후보자나 특정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대도시 분구는 최대한 억제”

김대년 획정위 위원장(선관위 사무차장)은 4일 “현행법상 자치구·시·군 분할 금지 원칙이 있지만 예외 허용 폭을 넓혀 농어촌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군·구 분할 금지 원칙이란 선거구 획정시 한 시·군·구의 일부를 떼어 다른 시·군·구에 붙일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공직선거법 25조에 규정돼 있다.

다만 공직선거법은 부칙에서 국회의원 정수 요건을 갖추기 위해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선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을 팔달구에 붙여 수원정 선거구로 하고, 용인시 처인구 전체와 기흥구 일부를 합쳐 용인갑 선거구로 한 사례가 있다.

획정위가 시·군·구 분할을 허용하려는 것은 농어촌 선거구 감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2 대 1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인구가 하한선(8월 말 기준 13만9473명)에 못 미치는 선거구는 다른 지역에 통합해야 한다. 하지만 시·군·구 분할이 허용되면 인구 하한에 못 미치는 선거구도 인구가 많은 인접 지역의 일부 읍·면·동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인구 하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획정위는 지난 2일 전체회의에서도 이 방안을 논의했다. 한표환 획정위원(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교수)은 “농어촌 지역을 배려하기 위해 충분히 논의 가능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당시 획정위는 현행 지역구 246석을 유지하기로 공감대를 이뤘지만 농어촌 대표성 확보 방안에 대한 위원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법정 시한 넘길 가능성

획정위는 선거구별 상·하한 인구 산정 방식 변경도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 획정위는 지난 8월31일 현재 총인구(5146만5228명)를 지역구 수(246개)로 나눈 선거구별 평균 인구를 기준으로 상·하한선을 정해 선거구 획정 방안을 논의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상한선 27만8945명, 하한선 13만9473명이다. 획정위는 이를 변경해 인구가 13만9473명과 비슷한 선거구 한 곳을 선택해 하한선으로 잡고, 이 선거구 인구의 두 배를 상한선으로 정하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인구 상·하한선이 기존보다 높아지면 상한선을 초과해 분구해야 하는 대도시 지역구가 줄어든다. 그만큼을 농어촌 지역구로 돌릴 수 있다. 반대로 상·하한선이 낮아지면 하한선에 미달하는 농어촌 지역구가 줄어 통폐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획정위 관계자는 “농어촌 통폐합을 최소화하면서 대도시 분구를 억제할 수 있는 적정 인구 상·하한선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획정위는 오는 13일까지 획정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정개특위는 획정안을 한 차례 거부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획정위는 10일 안에 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국회는 다음달 13일까지 본회의에서 획정안에 대한 가부를 의결해야 한다.

원유철 새누리당·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수 조정 문제를 놓고 담판을 짓는다. 새누리당은 농어촌 지역구 감축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고, 새정치연합은 반대하고 있어 선거구 획정이 법정 시한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유승호/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