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꽃의 웃음에 대한 비밀 - 김충규(1965~2012)
참을 수 없이 웃는 꽃이 가장 진한 빛깔을 낸다

나비가 속삭일 때 그 속삭임마저 참을 수 없는 꽃이
나비가 발가락에 묻혀온 초록물을 살결에 살짝 적실 때
화들짝 놀라 웃음 터진 꽃이

우리가 꺾어온 것은 꽃이 아니라 꽃의 웃음이다
웃을 때 도드라졌던 꽃의 실핏줄이다
꽃이 웃을 때
나비는 쿡 주삿바늘을 찔러넣어
뇌를 뽑아간다
뇌 없이 웃는 꽃
훅- 실성한 꽃!


시집《라일락과 고래와 내 사람》(문학동네) 中

꽃들도 사람처럼 자세히 보면 다 다릅니다. 한 계절에 한 번씩 정성스레 피어나는 꽃이 있는 반면에 오후에 피었다가 아침에 시드는 꽃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꽃에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할까요. 꽃은 꽃으로서 시들 때까지 제 웃음을 다하는데 말입니다. 꽃이 간직한 웃음의 비밀은 ‘꽃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향기와 빛깔과 웃음이 피어난다’는 것이니까요. 꽃이 간지럽힌다면 그저 웃어줄 수밖에요.

김기주 시인 (2013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