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KAIST 교수는 “기계와 사람이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주장하는 국내 대표적인 인공지능 전문가다. 기계가 똑똑해지면 사람이 지금 하는 일을 대부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가 우려하는 세대는 지금 10대인 학생들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 기계와 일자리를 놓고 본격적으로 다투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그는 “우리가 이들에게 경쟁에서 이길 도구를 하나도 가르쳐주고 있지 않아 ‘잃어버린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기계·사람이 일자리 놓고 경쟁하는 시대…선진국은 SW 교육, 한국은 바느질 교육
세계 각국이 의무 교육과정에 ‘코딩’을 속속 넣는 것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학생들에게 새로운 학습능력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코딩은 컴퓨터 언어인 프로그래밍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가르치는 교육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아이들에게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 창의력을 키워주자는 것이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소프트웨어(SW)가 가득한 세상이 되면 컴퓨터 언어를 필수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스타트업’이 활성화된 국가들에서는 이미 ‘코딩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은 민간 단체가 코딩 교육을 이끌고 있다. ‘1주일에 한 시간 코딩을 하자’는 ‘아워 오브 코드’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기계·사람이 일자리 놓고 경쟁하는 시대…선진국은 SW 교육, 한국은 바느질 교육
산업혁명의 진원지였던 영국은 필수 교육과정에 코딩을 넣은 대표적 국가다. 작년 9월부터 초·중·고등학교 과정 모두에 코딩이 교과목으로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1994년부터 고교 과정에 컴퓨터과학을 포함했다. 2010년부터는 중학교에서도 컴퓨터과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 밖에 에스토니아는 올해부터 초등학생 모두에게 코딩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핀란드는 지난 7월 필수 교과목이던 손글씨 수업을 폐지하고 컴퓨터 활용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프랑스도 내년 9월 신학기부터 중학교 정규 과목으로 소프트웨어를 넣기로 했다.

반면 정보기술(IT)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의 교육과정 및 교과 재편 작업은 매우 더디다. 정부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5학년 실과 과목에 소프트웨어 교육을 넣기로 최근 결정했다. 중학교에선 선택과목인 ‘정보’를 필수과목으로, 고교에서는 심화선택인 ‘정보’를 일반선택으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전공 교사를 두는 대신 다른 과목 교사들의 추가 교육을 통해 코딩을 가르치려 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