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삼성페이…그 뒤엔 '핵심기술 수혈' M&A 전략 있었다
지갑에서 주섬주섬 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된다.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신용카드 단말기에 갖다 대는 것만으로 2~3초 만에 결제가 끝난다. 최근 국내 음식점이나 카페 카운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모바일 결제서비스 ‘삼성페이’의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나타난 변화다.

삼성페이는 지난 8월20일 출시 후 한 달여 만에 이용자 60만명을 확보하는 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미국에도 출시했다. 업계에선 스마트폰, TV, 반도체 등 하드웨어를 주로 판매하던 삼성전자가 모바일 결제서비스라는 새 수익처를 성공적으로 뚫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런 평가에는 ‘이재용 체제’가 주도한 인수합병(M&A)의 공이 크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삼성페이의 출발점이 M&A이기 때문이다.

삼성페이, M&A 대표 성공 사례로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약 2000억원을 들여 미국 모바일 결제서비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루프페이를 인수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루프페이가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 기존 결제 단말기를 바꾸지 않고도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 경쟁사인 미국 애플의 ‘애플페이’가 근접무선통신(NFC) 기능을 갖춘 결제 단말기가 있어야만 작동하는 것과 차별화된다.

삼성전자가 루프페이와 접촉한 뒤 인수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개월 남짓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을 두고 협상하며 인수가격을 낮출 수도 있었지만,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경쟁력이 크다고 보고 빠르게 결단을 내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루프페이 인수 후 6개월 만에 삼성페이를 내놨다. 업계에선 루프페이의 특허가 삼성페이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루프페이의 경쟁력 있는 기술을 단번에 확보한 덕분에 모바일 결제서비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용 체제 후 과감해진 M&A

삼성페이만이 아니다. 요즘 삼성전자에선 지난해 진행한 M&A의 결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모든 중고속 복합기에 ‘프린터온’의 모바일 프린팅 솔루션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 솔루션은 별도의 장비나 드라이버를 설치하지 않고도 원격 출력이 가능하다. 이 역시 M&A의 성과다. 프린터온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인수한 캐나다 모바일 프린팅 업체다. 직원 수는 50여명에 불과하지만 세계 120여개국에 모바일 프린터 솔루션을 제공하는 ‘알짜’ 기업이었다. 프린터온의 기술은 인수 1년 만에 ‘삼성표 프린터’의 차별화 기능이 됐다.

지난달 공개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헬스케어 기기 ‘슬립센스’도 삼성의 M&A 성공 사례에서 빼놓을 수 없다. 슬립센스는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숙면을 도와준다. 예컨대 거실에 누워 TV를 보다가 잠들면 저절로 TV 전원이 꺼진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인수한 미국 IoT 플랫폼 업체인 스마트싱스와 지난 1월 2000만달러를 투자한 이스라엘 의료용 센서업체 얼리센스의 기술이 들어갔다.

삼성전자의 빠르고 과감한 M&A 전략은 지난해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을 주도하면서 나타난 변화로 꼽힌다. 과거 삼성전자는 핵심 기술을 대부분 자체 개발하는 등 내부 역량을 통한 성장 전략에 집중했다. 이재용식 M&A의 특징은 ‘스몰딜’이라는 점이다. 큰 기업을 사들여 몸집을 키우는 게 아닌, 기술력 있는 소규모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리려는 취지다. 이런 전략은 미국 구글이나 애플이 성장한 비결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사업에 도움이 되는 업체가 있다면 국내든 해외든 구분하지 않고 M&A를 추진하는 게 현재 경영 전략”이라며 “M&A를 통한 성과가 나오고 있고 앞으로 이런 시도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